화제만발 ARF ‘갈라디너’..”라이스는 소녀같았다”

“라이스 장관은 정말 소녀같았다.”

27일 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시내 이스타나호텔에서 자정 넘게까지 계속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갈라 디너'(gala dinner)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 관계자는 28일 갈라 디너에서 `피아니스트’로 등장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지켜본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중동의 포연을 뒤로 하고 서둘러 쿠알라룸푸르에 온 라이스 장관은 붉은색 바탕에 흰 점박이 들어간 고운 의상으로 단장한 라이스 장관은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넘버 2 D단조(작품번호 108)을 연주,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이날의 공연에 정성을 들였음을 짐작케했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곡’을 피아노 선율에 담아내는 라이스 장관은 행복을 만끽하는 소녀의 모습으로 청중들에게 다가갔다. 주최측은 말레이시아 국립 심퍼니 오케스트라 지휘자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맡겨 라이스 장관과 ‘깜짝 협연’까지 하도록 했다.

연주가 끝날 때마다 열광적인 박수가 쏟아졌다. 부디 세계평화를 위해 ‘소녀같은 미소’를 현실 외교정책에도 반영해달라는 아세안 국가들의 염원처럼 들렸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ARF 주최국인 말레이시아 당국은 라이스 장관을 ‘특별 손님’으로 대우했다. 자정 넘어 연회가 끝나고 각국 대표단 차량이 밀려들자 가장 먼저 라이스 장관의 차가 행사장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각국 대표단의 차량이 행사장을 빠져 나가는데 30분 가량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다른 나라 외교장관들은 취침시간을 희생해야 했지만 라이스 장관은 주최측의 특별대우 속에 가장 먼저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것.

한편 한국 대표단은 장기자랑에서 스웨덴 그룹 `아바’의 노래를 뮤지컬로 엮은 `맘마미아’의 일부분을 발췌해 6~7분간 공연했는데, 비교적 호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 외교관 20여명은 아바의 노래를 아세안의 발전을 기원하는 메시지로 개사해 율동과 함께 선보였고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마지막 부분에 나타나 관객들에게 짧게 인사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대충 톱 쓰리에 들어가지 않았나 싶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중국 대표단에서는 역시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이 스타였다. 그는 ‘당신은 중국’이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시를 자국 대표단과 함께 노래로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러시아 대표단은 아세안이 미국.러시아.중국 등 열강과의 관계에서 여러모로 실리를 취하고 있음을 풍자하는 노래를 했고 일본은 2020년 할아버지가 된 아소 다로 외상이 14년 전인 2006년을 회고하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해 눈길을 끌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