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상봉 “무슨 말부터 꺼내죠?”

전북 완주군 상관면 신리에 사는 황병근(72)씨는 오는 27일 북한에 있는 형 병옥(76)씨를 화상으로 만나게 되면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 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1950년 당시 전주에서 학교를 다니던 황씨는 고향인 고창군에 잠시 들렀다가 한국전쟁의 발발을 경험했다.

졸지에 가족과 헤어진 황씨는 다행히 우여곡절 끝에 흩어졌던 가족과 상봉할 수 있었지만 전쟁 당시 의용군으로 참전했던 형 소식은 남쪽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나중에서야 형이 북한에 살고 있고 그 곳에서 대학 교수까지 지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지만 이미 형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으로 가슴이 새카맣게 타 들어간 뒤였다.

“밥 먹으면서도 늘 책을 보는 사람이었어요. 인간성이 어찌나 좋은지 주변 사람들이 법이 없어도 살 거라고 칭찬이 자자했죠”

이제는 나이가 들어 형의 얼굴이 가물가물하지만 항상 손에 책을 쥐고 있던 모습만은 여전히 눈에 선하다.

특히 지난 93년 평생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은 아버지를 떠올리면 일주일 뒤에 있을 형과의 화상 상봉이 더욱 뜻깊다.

“남북 통일이 아버님의 평생 소원이셨어요. 그렇게 생때같은 아들의 손 한 번만 잡을 수 있길 바라셨는데…”

황 할아버지는 “화상이라 아쉽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게 돼서 좋다. 나이 먹어 가면서 이대로 형님을 못 뵈고 죽나 했는데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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