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상봉 “막상 보니 할 말 잊었어…”

“하고 싶은 말이 많아 한숨도 못잤는데 막상 보니 할 말을 다 잊었어”

15일 오전 광복 60주년을 맞아 이산가족 화상상봉이 시작된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상봉장 안에서 모니터를 앞에 두고 앉은 김기주(95. 대전시 중구 대사동) 할아버지는 55년만에 북측에 두고 온 가족과 만난 탓인 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어색해했다.

1951년 1.4후퇴때 평양에 있는 자신의 냉면가게를 수리하다 동생 수동(47)씨와 둘이만 남으로 피난 온 김 할아버지는 세월의 무게탓에 “수자야, 수남아”라며 자식들의 이름을 부르고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김 할아버지는 북에서 결혼해 3남매를 뒀지만 전쟁 통에 부서진 가게를 수리하기 위해 자녀들과 부인을 평안남도 평원군에 있는 부모님 댁에 잠시 맡겨두는 통에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했다.

북측에선 김 할아버지의 동생 기복(74)씨와 아들 수남(58), 딸 수영(61)씨 등 3명이 상봉장에 나와 1시간 30분동안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이산의 한을 풀었다.

김 할아버지가 “수자(수영)야”하고 부르자 딸 수영씨는 모니터를 향해 두팔을 벌리며 “아버지한테 한번 안겨봤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김 할아버지와 함께 상봉장에 나온 남측의 동생 기수(69)씨가 “처음엔 잘 모르겠더니 눈매를 보니까 기복이 형님인줄 알겠다”고 말하자 북측의 기복씨도 “세월이 오래돼도 가족은 알아보게 마련”이라고 화답했다.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청력이 좋지 않은 김 할아버지는 상봉이 이뤄지는 내내 50인치 모니터를 통해 북측 가족들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할아버지는 20년전에, 할머니는 10년전에 돌아가셨다”는 수남씨의 말에 김 할아버지는 부모님을 떠올리는 듯 두눈을 지그시 감았다.

못내 아쉬운 듯 화면 앞에서 북측 가족들과 이별의 포옹을 나눈 김 할아버지는 “아이들과 만나지 못하고 죽을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얼굴만 본 것도 감사하다”며 “고향 땅을 한 번 밟아보면 여한이 없겠다”며 아쉬운 듯 발걸음을 돌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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