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 침몰에서 수색까지 긴박했던 순간

우리측 화물선이 20일 오전 북한수역에서 침몰, 선원 18명중 4명이 구조되고 14명은 실종됐으나 북한은 이날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측에 바닷길을 열어 우리측 경비정이 선박 구조작업을 펼칠 수 있게 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떠나 중국 칭다오로 향하던 가림해운 소속 파이오니아나호(2천826t)가 북한수역인 강원도 저진 동북방 160마일 해상에서 침몰한 시간은 이날 오전 6시32분.

파이오니아나호는 침몰하면서 조난신호 발신장치가 작동돼 해양경찰청에 자동으로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해양경찰청은 사고사실을 접하고도 구조 인력을 보낼 수 없는 상황에 발을 동동 굴러야만 했다. 사고해역이 우리가 갈 수 없는 북한수역이었기 때문이다.

해양경찰청은 이리저리 숨가쁘게 움직인 끝에 오전 7시23분 통일부를 통해 북한에 경비함정과 항공기 투입 승인을 요청한 뒤 북한측의 반응을 기다리며 실종자 현황파악에 나섰다.

이어 오전 7시30분, 해양경찰청과 거의 동시에 사고 사실을 접한 러시아 국경수비대는 곧바로 경비함 3척을 현장으로 급파, 구조작업에 나섰고 일본 해상보안청 역시 경비함 1척을 출동시켰으나 기상악화로 2시간여만에 회항시켜야만 했다.

해양경찰청은 침몰 화물선의 한국인과 베트남인 각각 2명씩 모두 4명이 사고해역을 지나던 러시아 상선에 구조된 것은 파악했으나 나머지 14명이 실종됐다는 사실에 더이상 북한의 승인을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해경은 오전 10시, 5천t급 경비함 삼봉호를 우선 사고 해역을 향해 출동토록 지시했다. 북방한계선 인근에 대기하고 있다가 북한수역 진입 승인이 떨어지는대로 사고 현장을 향하려는 계산에서였다.

낮 12시40분, 판문점에서는 남북 연락관이 접촉, 북측에 조난 사실을 알리고 북측 해역에 우리측 해경 경비함과 항공기의 진입을 요청했다.

오후 1시20분 해경 경비정의 북한해역 진입을 허용하고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북측의 통보가 왔다. 사고 발생 6시간48분만이었다.

분단 이후 최초로 우리측 경비정이 북측수역에서 구조작업을 벌일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해경은 북측의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삼봉호에 북방한계선을 넘어 사고 해역으로 출동토록 지시했고, 삼봉호는 4∼6m의 파고와 초속 15∼18m의 강풍에 맞서 전속력으로 항해했다.

이어 오후 3시40분 김포공항에서는 해양경찰청 초계기 챌린저호가 이륙, 오후 4시50분 사고해역 상공에 도착한 뒤 반경 30마일권을 수색했으나 바다 위에서 폭 4km, 길이 9km의 엷은 기름띠만 발견했을 뿐 실종자를 추가로 발견하진 못했다.

챌린저호는 일몰을 맞아 수색을 벌일 수 없게 되자 40여분간의 수색작업을 마치고 오후 6시30분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왔다.

삼봉호는 이날 오후 8시30분 사고 해역에 도착해 본격적인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밤이 늦은데다 높은 파고와 강풍으로 인해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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