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검색’ 유엔회원국-북한 물리충돌 가능성 있다

유엔 안보리가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1991년) 이래 최초로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가운데 화물 검색 조항은 결의를 이행하려는 유엔 회원국과 북한간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은 이 화물 검색 조항 덕분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와 물자, 기술의 북한 반출입과 위조담배 등 불법거래를 막기 위해 주도하고 있는 두축인 컨테이너보안조치(CSI)및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국제법적 뒷받침이 생겼다고 주장할 수 있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앞으로 이들 두 조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그리고 범위를 넓혀 시행해나가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이를 위해 협력을 얻으려는 주 대상 국가에 한국과 중국이 포함된다.

중국과 러시아가 14일 투표 직전 마지막까지 이 조항에 문제를 제기해 ‘결정한다(decide)’를 ‘촉구한다(call on)’로 바꾸는 등의 진통을 겪은 것도 이 조항의 충돌 유발 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PSI 참여를 거부해온 중국의 왕광야 유엔주재 대사는 결의 채택 후에도 이 조항을 PSI에 의한 해상선박 검문검색에 법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미국의 존 볼턴 유엔주재 대사는 이 조항이 “어떤 면에선 PSI, 특히 대북 PSI의 성문화인 셈”이라고 말해 대북 PSI의 국제법적 근거로 십분 활용할 것임을 예고했다.

미.중간 이러한 입장 차이는 앞으로 구성될 안보리의 제재위원회에서 쟁점이 되고 시행과정에서 양국간 갈등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의 입장은, 해상의 북한 화물선에 대해 미국 등 다른 유엔 회원국들이 화물검색을 하려 할 때 북한이 정면거부해 양측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왕 대사는 안보리에서 중국은 화물 검색을 이유로 해상 선박에 승선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를 “도발적 조치”라고 표현하고 다른 나라들에 이런 조치를 하지 않도록 촉구했다.

볼턴 대사는 화물 검색이란 항공화물, 해상화물, 육상화물을 모두 가리킨다며 “대부분의 화물 검색은 항구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해 화물검색 조항이 CSI를 주로 염두에 뒀음을 시사했다.

CSI는 PSI만큼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항구에서 컨테이너 화물을 검색하는 것으로 PSI와 비슷한 시기인 2003년 본격 시행됐다.

볼턴 대사는 그러나 화물 검색을 위해 “배가 해상에 있을 때 승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PSI와 전적으로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해 CSI와 PSI의 연계를 주장했다.

PSI는 해상에서 의심스러운 배를 저지(interdiction)하기 위해 정지명령을 하고, 응할 경우는 승선해 화물을 검색하지만, 선박이 응하지 않을 경우는 뱃머리를 향해 경고사격을 가하고, 끝내 거부할 때는 기관실이나 배의 키를 파괴시켜 선박 운항을 무력화해 검색하게 된다.

미국은 이를 위해 PSI에 적극 참여한 나라들과 ‘승선협정(ship-boarding)’을 맺는 방식으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볼턴 대사는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에 따른 화물검색을 위해서도 해상 화물검색의 경우와 같이 각 나라들간 협력협정을 맺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CSI와 관련, 미국은 한국의 부산항에도 2003년 8월부터 자국 세관원을 파견, 화물선 컨테이너 등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는 등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CSI를 확대해오고 있다.

예컨대, 북한에서 제조되는 위조담배의 경우 한국이나 일본, 중국의 항구를 거쳐 국제 해상수송망에 들어가게 되는 점 때문에 미국은 이들 세나라의 항구에서 화물 검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결의에 따라 미국은 한국에 대해 PSI 참여 뿐 아니라 한국 항구에서 북한 반출입 화물에 대한 CSI 강화도 강하게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불법활동 조사팀을 총괄했던 데이비드 애셔 전 국무부 동아태 선임자문관은 일본은 북한 화물 검색을 철저히 하지만 중국은 거의 하지 않고, 한국도 미흡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세관 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국 세관 당국도 북한 화물에 대한 검색을 철저히 하고 있다며 “북한이 화물 검색이 철저한 한국 항구를 통해 불법 물자를 운송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PSI와 CSI를 강화해도, 북한이 실제 확산 의사만 있다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대북 금지선으로 제시한 핵무기나 핵물질의 제3자 확산을 막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회의론도 있다.

1990년대 북한에 상주하면서 북한의 핵시설을 감시했던 존 울프스탈 CSIS 연구원은 핵무기용 핵의 크기가 소프트볼 경기에서 사용하는 공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이의 밀반출을 막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그러나 북한에 대한 이러한 제재조치들이 북한의 핵개발 속도를 늦추고 어렵게 만드는 효과는 있다며 적극 지지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 실효성이 없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막지 못했다며 이라크를 침공했으나, 북한에 대해선 제재의 실효성을 강조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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