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월남한 아버지의 ‘속죄’

“나 살겠다고 너희를 놔두고 왔으니..내가 죄인이다.”

이창화(95) 할아버지는 27일 화상상봉을 통해 만난 북녘 딸 홍옥(67).홍영(64)씨에게 반세기 넘게 품고 있었던 미안함을 전했다.

황해도 장연군이 고향인 이 할아버지는 1951년 1.4후퇴 당시 폭격을 피해 남쪽으로 홀로 내려왔다.

이 할아버지는 상봉 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참 전쟁 중 공중에서는 비행기 폭격, 바다에서는 함포 사격이 계속됐다”면서 “그 와중에 배를 타고 우연히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 할아버지의 말 속에는 가족을 두고 내려왔다는 자책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북에서 인민학교 교원으로 일했던 이 할아버지는 남으로 내려와서는 전라남도 무안, 목포 등지에서 농사를 지었다. 지금은 충청북도 진천에 살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이날 스크린에 북녘 아들딸이 비치자 떨리는 목소리로 “네가 홍옥이냐? 너희에게 뭐라 할 얘기가 없다. (내가) 큰 죄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홍옥.홍영 남매는 “아버님”이라고 부르며 일어서서 큰절을 올렸다. 이어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라며 오히려 단신으로 남녘으로 내려갔던 아버지를 위로했다.

이 할아버지는 또 “폭격에 맞아 죽을까 겁나서 이렇게 왔다. 이렇게 돼버렸다”며 56년 동안 털지 못했던 ‘속죄’를 계속했다.

이 할아버지는 다른 가족의 소식을 전하면서 눈물짓는 남매를 향해 “너희 할아버지, 할머니는 어떻게 됐나. 언제 돌아가셨나”라며 부모님 기일을 확인하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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