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한 탈북자 중혼 취소는 권리남용”

북한에서 결혼한 탈북자들에 대한 남한에서의 중혼을 법적으로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법무부가 주최하는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 공청회를 앞두고 사전 배포된 자료집에서 김상용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특수성에 비추어 볼 때 혼인한 탈북자들의 중혼취소는 권리남용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법(민법 제816조 제1호)상 북한에서 결혼한 탈북자들이 남한에 내려와 다시 혼인을 한다면 ‘중혼’이 성립돼 이는 취소사유로 규정된다.


김상용 교수는 “남한에서 혼인하여 수십년 간 부부로서 생활해온 후혼의 배우자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도 인정되어야 한다”면서 “만약 민법규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후혼의 취소를 인정한다면, 이는 우리사회에서 법적 안정성을 크게 저해 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북한에서 성립한 전혼과 남한에서 성립한 후혼의 관계의 현실적인 쟁점은 배우자의 상속권 문제다. 후혼의 취소가 제한 없이 인정돼 중혼자 생전에 후혼이 취소된다면 후혼의 배우자는 상속권을 상실한다.


반면, 후혼이 성립한 때에 전혼이 소멸한 것으로 가정하면, 전혼의 배우자는 상속권을 가질 수 없다. 이 같은 결과는 둘 다 어느 한쪽의 보호에 치우친 것으로서 다른 한쪽의 이익을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오랜 세월 북에서 혼자 자녀를 키우며 살아온 전혼의 배우자에 대해 지위를 확인해 주고, 그 결과 혹은 일종의 보상으로서 상속권을 인정하는 것은 법리상 문제가 없다”면서 “또한 남한에서 혼인, 배우자와 부부공동생활을 유지하며 상속재산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후혼의 배우자도 배우자의 신분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고 상속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점을 고려해 보면, 전혼의 배우자와 후혼의 배우자에 대해 공동상속인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조화로운 해결방안이라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행 민법상 북한에 배우자를 두고 월남하여 재혼한 사람이 이미 사망했을 경우에는 전혼의 배우자와 후혼의 배우자 모두 배우자로서 상속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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