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행군 소년들, 물집 터져도 말 못하는 이유?

북한 선전매체들은 연일 김일성과 김정일의 광복활동을 따라 배우기 위한 10대 소년답사행군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4일 70주년 기념 김일성 ‘광복의 천리길’이 성과적으로 진행됐다고 선전했다.


광복의 천리길은 김일성이 14살 때인 1925년 1월 22일 아버지 김형직이 일본경찰에게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조국이 광복되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결심으로 고향 만경대에서 중국 안도현 팔도구까지 14일 동안 천리(400km)길을 걸었다는 데서 유래됐다.


북한은 10대들의 열렬한 참여로 행군이 성황리에 진행됐다고 선전했지만 혹한의 추위에 수백킬로미터 행군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없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지적이다. 이는 북한 당국이 김부자 우상화를 위해 아이들을 혹한행군에 강제로 참여시키고 있다는 것. 북한은 1975년부터 ‘혁명업적’을 따라 배워야 한다는 목적으로 천리행군을 실시해오고 있다.


북한에서 광복의 천리길 행군에 참여한 탈북자들에 의하면, 1일 70리(28km)길을 걸어야 하는 광복의 천리길은 10대 어린 학생들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엄청난 부담이다. 개인소지품을 한가득 넣은 배낭까지 메고 걷는 아이들은 하루행군을 마칠 때면 온몸이 녹초가 돼 말할 힘도 없을 정도다.


특히 고개 행군에서는 경사가 아주 급해 소년들은 땅을 짚고 넘어야 하고 눈이라도 오면 미끄러워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줘야만 고개를 넘을 수 있다.


행군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탈북자는 “하루 행군을 마치고 숙영소에 짐을 풀 때면 발에 생긴 물집으로 우는 학생들이 많았다”면서 “다음날에도 행군을 해 발이 물집이 터져 아파도 ‘원수님 따라 배우기 사업총화’에서 비판받을 것이 두려워 아프다는 말을 못했다”고 소회했다.


이어 그는 “연일 지속되는 행군에 탈진해 쓰러지거나 물집으로 인해 걷지 못하는 아이들이 속출하기도 한다. 멀쩡한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아픈 아이들을 업고 행군하기도 했다”면서 “학생들은 하루 행군을 마친 후에도 숙영소에 있는 김일성 우상화 건물들을 청소하고 학습시간과 총화시간도 가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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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