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盧 정부 기대 안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납북자 문제가 남북대화에 낄 틈이 없다는 것이 총리회담을 지켜본 납북자 가족들의 평가다.

남북은 총리회담 마지막날인 16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를 위한 추진위 구성과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 경협 활성화 방안 등을 담은 8조 49개항의 합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는 아무런 진전 없이 ‘남북적십자회담으로 넘겨 추후 논의하겠다’는 문구만 들어갔다. 이달 28~30일 사이 열리는 제9차 적십자회담을 통해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등을 협의한다는 것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 합의사항에 대해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적십자회담에서 계속 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다만 정부는 적십자회담에만 맡기지 않고 의지를 갖고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가족들은 납북자 문제를 정치적 결단이 불가능한 적십자회담으로 넘긴 것은 북측이 진전 의사가 없자 우리 정부도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대한적십자측은 이날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회담을 앞두고 있어서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 성과가 있을 것,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렵다”며 “아직 협의할 내용 등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경험상 우리 측이 회담 의제로 설정하자고 하더라도 북측에서 보이콧하기 때문에 섣불리 합의가 나올 것이라고 예단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총리회담 전부터 최소한 생사확인만이라도 돼야 한다며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이어갔던 남북자 가족들에게 이번 회담 결과는 실망감을 넘어 분노까지 일으키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과거 회담에서도 ‘우리는 얘기를 꺼냈고 적십자 회담에서 추후 논의하기로 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판박이”라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애초 의제 포함 여부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혹시나 기대했던 가족들의 실망이 클 것”이라며 “정부에 기대지 않고 자체적으로 생사확인과 송환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남북적십자회담에 맞춰 의제 설정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차기 대권주자들에게도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납북자가족협의회 이옥철 회장도 “총리 회담에 의제로 포함되지도 반영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고된 일”이라며 “하려고 했으면 정상회담에서 거론했지, 정상도 풀지 못한 일을 총리가 어떻게 풀겠냐”며 푸념했다.

이 회장은 “적십자 회담에서 추후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납북자 및 국군포로 가족들을 달래기 위한 수단”이라며 “노무현 정부에 더 이상의 기대는 없다. 해를 넘겨 정권이 바뀌면 상황이 좀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회장은 “똑 같은 말의 반복”이라며 “국정감사에서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전시납북자 문제를 거론할 것처럼 말하더니 거론조차 안 했다.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이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의 ‘전시 납북자 문제를 총리회담에서 거론할 것이냐’는 질의에 “반드시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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