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방 경찰청장은 6일 지난 2003년 북한 화물선 봉수호가 호주에 헤로인 150kg를 밀반입하려고 했던 사건에 북한 정부가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 언론들에 따르면 믹 킬티 호주 연방 경찰청장은 5일 빅토리아주 최고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이 마약밀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봉수호 선장 송만선(65) 등 북한 선원 4명에 대해 무죄평결을 내린 데 대해 언급하면서 그 같이 밝혔다.
킬티 청장은 “무죄 평결이 내려졌다고 해서 수사를 담당했던 측이 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 이유는 무죄 평결은 배심원단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이미 다른 네 명의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원들에 대해 무죄 평결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작전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며 엄청난 양의 헤로인이 호주로 반입되는 것을 막았을 뿐 아니라 다른 네 명을 붙잡아 유죄판결을 받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정부가 헤로인 밀수기도 사건에 개입돼 있는 것으로 믿는다면서 “북한 정부가 개입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것은 어려우나 그 정도 규모의 밀수를 기도하려면 헤로인을 북한으로 반입하고 호주 해역으로 실어 나를 선박을 구하는 데도 상당한 정도의 지원과 협조가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건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호주의 정보기관과 그 밖의 법 집행기관들이 밝혀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수호는 지난 2003년 4월 빅토리아주 연안에서 1억6천500만 달러 상당의 헤로인150kg을 고무보트를 이용해 육지로 실어 나르다 악천후로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호주 경찰의 추적을 받다 4일 뒤 나포됐다.
킬티 청장은 봉수호 처리방침에 대해 비록 선원들이 무죄평결을 받았지만 배가 헤로인을 호주로 밀수하는 데 사용된 것은 법원에서도 이미 증명된 바 있다면서 그 같은 사건에 관련된 다른 선박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폐선 처분될 것이라고 말했다.
봉수호는 2003년 4월 호주 경찰, 해군, 세관 당국 등에 의해 나포된 뒤 지금까지 시드니항에 정박돼 있으면서 하루에 2천500 달러 정도의 관련 비용이 호주 정부예산에서 지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 선박회사와 선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잭 댈지얼 변호사는 봉수호를 폐선처분하기로 한 결정은 재판 결과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배가 호주 당국에 압류당한 뒤 선박 회사와 선원들이 입은 소득 손실에 대한 배상청구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선원들에게 무죄평결을 이끌어낸 변호인단은 북한 선원들의 지문이 헤로인을 담은 비닐 부대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밀수 관련설을 강력하게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클랜드=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