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넘어 北체제 저항 이끌 ‘맞춤형’ 콘텐츠 절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이 지난 15일 바른비전위원회가 주최한 연속토론회 ‘최고의 대북제재 : 북한에 자유의 소리를 보내자’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

진행 : 북한 주민들이 대북라디오 방송이나 USB, 전단 등을 통해 외부 정보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건 꽤 오래된 일이죠. 북한 주민들은 외부 정보를 접하며 이른바 ‘한류’ 열풍을 확산하기도 하고, 당국이 은폐하는 외부 세계의 소식을 접하며 생각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북 정보 유입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한국 정치권에서 개최돼 눈길을 끌었는데요. 김가영 기자, 이번 토론회에선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습니까?

기자 : 네, 지난 15일 한국 바른정당 바른비전위원회는 ‘최고의 대북제재 : 북한에 자유의 소리를 보내자’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해 대북 정보유입이 북한 사회에 미칠 수 있는 파급력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발표자들은 대북 정보유입이 북한 주민들에게 단순한 호기심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북한 당국의 선전선동으로부터 벗어나 진실에 눈을 뜨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입을 모았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에 접근한다는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넘어서, 이 같은 변화가 당국의 통제에 대한 저항과 반감을 이끌어내는 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인데요. 강동완 동아대 교수의 설명입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 : 이제는 북한 주민들이 단순히 재미와 흥미 때문에 남한 영상물을 보고 있다, 그렇게 인식하는 걸 넘어서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남한 영상물 또는 남한 라디오를 통해서 자신들의 체제가 잘못돼 가고 있고, 남한이 잘 산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진행 : 북한 주민들은 태어날 때부터 당국에 의해 각종 세뇌교육과 사상통제를 받는데요. 이런 환경에서 제한적으로 전달되는 외부 정보가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 나아가 북한 체제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기자 : 전문가들은 외부 정보를 통한 북한의 변화는 유입되는 정보의 내용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불고 있는 시장화의 바람, 그리고 ‘장마당 세대’라 불리는 신세대의 등장 등 일련의 변화 흐름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능하다고 진단합니다. 우선 북한 주민들은 외부 세계의 발전상을 보며 ‘우리가 이렇게 못사는 이유가 뭘까’ ‘나는 왜 일한만큼 얻을 수 없나’라는 반문을 하게 됩니다. 외부 정보를 통해 스스로를 정권에게 귀속된 부속물이 아닌, 사적 욕망과 감정을 가진 하나의 주체라 인식하는 과정을 겪게 되는 것이죠.

여기에 북한의 시장화와 ‘장마당 세대’의 등장이 촉발제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북한 장마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물건 중 하나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복제한 DVD입니다. 즉 북한 시장이 정보를 유통하고 북한 사회의 폐쇄성을 상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또한 1990년대 후반 경제난 당시 청소년기를 겪은 ‘장마당 세대’는 당국의 사상교육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북한 체제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습니다. 이들을 겨냥한 외부 콘텐츠가 제작된다면, 보다 더 빠르게 북한 젊은이들의 의식 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겠죠.

진행 : 외부 정보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 보다 더 체계적인 대북 정보 유입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효과적인 대북 정보 유입을 위한 방안,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기자 : 이제까지의 대북 정보 유입은 대체로 민간단체 차원에서 이뤄져 왔는데, 전문가들은 이제 정부 차원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난 10여 년간 민간 대북방송사를 운영해온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는 정부가 음질이 좋은 중파(AM) 주파수를 민간 대북방송사에 할당해줘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 대표의 발언 들어보시죠.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 : 북한 라디오 가운데는 AM 주파수만 들을 수 있는 것, 단파 주파수만 들을 수 있는 것, 그리고 둘 다 들을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능하면 AM 주파수와 단파 주파수를 동시에 송출하는 게 청취율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겠죠. 정부가 AM 주파수 할당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정권의 성향과 무관하게 한국 정부가 대북 정보 유입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북 정보 유입을 법률화하고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습니다. 강동완 교수의 제언입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 : 대북정보유입 촉진법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북한에 정보 유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북한사회를 변화시키고, 독재체제와 대항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선 우리가 갖고 있는 무기를 활용해야 합니다. 북한에 유통되는 대북정보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어떤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할 수 있을지 매년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진행 : 대북 정보 유입을 위한 제도적 준비와 함께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열 수 있는 콘텐츠 제작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기자 : 물론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주민들의 수요와 의식 수준, 생활환경 등을 고려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북한 엘리트층부터 장마당 세대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 면밀히 조사해 정보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죠. 강동완 교수의 설명입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 : 남한의 드라마를 보고도 의식 변화를 할 수 있는 주민이 있는 반면, 남한이 잘 산다는 걸 알지만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고뇌하는 엘리트층도 있습니다. 그래서 계층화된 맞춤형 콘텐츠가 필요합니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북중 접경지역 사람들은 남한이 잘 산다는 것 정도는 압니다.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또한 해외 파견 노동자 등 제3국에 나와 있는 북한 청취자들을 겨냥한 방송도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이들의 경우 해외 파견 기간 동안 북한 내부 소식을 궁금해 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을 발 빠르게 취재해 이를 다시 방송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해외에 체류하는 북한 주민들은 외부 세계와 북한 내부 상황을 더욱 확실히 비교해볼 수 있겠죠. 이광백 대표의 제언입니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스마트폰으로 저희 방송을 매일 듣던 분을 만났습니다. 고향 소식이 너무 그립고 궁금한데, 북한 뉴스를 해주는 미디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죠. 전 세계 딱 두 개, 저희 방송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뿐이었던 겁니다. 그 분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어떨까…]

진행 : 대북 정보 유입을 통해 북한 내외에 머무는 주민들이 의식 변화를 겪게 된다면, 그것이 통일 이후의 사회 통합에도 큰 도움이 되겠는데요.

기자 : 그렇습니다. 대북 정보 유입은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들의 인식 격차를 줄이고 사회통합을 꾀하는 작업을 미리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에 거주할 당시 대북라디오 방송을 듣고 탈북을 결심했다는 김형수 북방연구회 상임이사는 대북라디오 방송과 대북전단, 대북확성기 방송이 통일 전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세계를 미리 경험토록 하는 중요한 교육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습니다. 김 상임이사의 발언입니다.

[김형수 북방연구회 상임이사 : 대북방송은 통일 전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민주주의, 다문화 교육 등을 미리 시킬 수 있습니다. 대북방송을 들은 주민은 한국에 와서도 정착이 빠릅니다. 전연지대(전방)에서 10년간 대북방송을 들으며 교육 받은 학생들이 고향에 돌아가 가족과 친구들에게 방송 내용을 전할 수도 있습니다. 즉 대북방송은 (북한 주민에게) 안내자일뿐만 아니라 교육 자료도 되는 겁니다.]

진행 :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라디오현장 김가영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