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서 아파트 화재… “내부 전소되기까지 소방대 출동 없어”

지난 12일 양강도 혜산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제대로 된 진압 작업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주 12일 혜산시의 한 아파트 살림집에서 불이 났었다”면서 “저녁 7시에 시작된 불은 몇 시간이 돼도 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불이 날 당시 소방대가 출동하지 않았으며 주민들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는 “꼭대기 층에 불을 끌 재간이 없어 다들 그저 쳐다보고 있었다”며 “한참이 지나서야 불길이 점차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집안에 (더는) 탈 것이 없어서 자연적으로 불이 꺼진 것이다”면서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소방대가 불을 끄러 온다는 것에 대해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전기, 통신, 수도, 도로 사정 등이 좋지 않아 기본적인 소방 관련 기반시설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장비까지 낙후해 실제 화재진압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북한에서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초기진압에 실패해 상당한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화재도 소방대에 의해 진압된 것이 아닌 내부가 전소돼 자연 소화된 것으로 보인다.

즉, 열악한 소방 시스템으로 인해 주민들이 재산을 전혀 보호받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다만 혜산시 소방 당국은 이번 사건 이후 화재 예방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전기공사가 불비(제대로 갖춰지지 않은)한 곳을 다시 점검하기 위해 기관기업소 기술과와 후방부 건물과에서 검열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살림집들과 아파트들 대상으로 배전부와 인민위원회 도시경영과들에서 열흘간 점검 실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가 전기적 요인에서 발생했다고 판단해 관련 설비 점검을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아파트 옥상 안쪽 전기 가설공사에 피복선이 규정대로 쓰이지 않아 불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열이 가열되면 배전반 퓨즈가 떨어지면서 전기가 차단돼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기 설비 이외에도 화재 예방을 위한 조치들도 진행되고 있다.

소식통은 “화재 이후 기관별 회의에서 모든 기관기업소, 개인 살림집과 공공건물을 관리하는 단위들에서 행정 필수업무로 소방안전규칙 절차대로 부지 건물 평방 수에 따른 모래주머니를 규정량만큼 갖출 것을 결정했다”며 “이것을 10일 안에 구비하고 조직별로 안전국에 기관별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소방용 장비 생산과 자동화기기 구축 여력이 현저히 부족해 마른 모래를 소화기 대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편, 화재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김일성-김정일의 초상화를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소식통은 “불난 아파트의 주민들은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를 가지고 아파트 밑으로 멀리 대피했다”면서 “가정의 물건이나 집기들은 챙기지 못한 채 초상화를 안전하게 모시는 것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