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혜산과 삼지연을 잇는 새 철길에서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15일 전했다. 혜산-삼지연 철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각별한 관심 속에 지어졌지만, 현재 기차가 다니지 못할 정도로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양강도 216사단, 혜산-삼지연 철도 건설여단, 철도성 연대 등이 담당해 완공한 철길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150리 구간에 형성된 철길 노반 다짐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새 철길은 지반 약화로 기차가 다닐 형편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옹벽이 무너지고 차굴(터널)이 막히는 등의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현재 철길 공사를 담당한 지휘부에서는 시공기술자와 건설노동자들에게 부실 공사의 책임을 묻기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소식통은 “이 사고를 지켜본 주민들은 세멘트(시멘트)나 철강재와 같은 자재는 물론이고 기계설비도 보장하지 않고 순 인력으로만 다짐을 했기 때문에 사고가 나는 것을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실제 책임은 공시기일을 단축하라고 내몬 지휘부가 져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삼지연군 개발 사업의 하나로 건설된 혜산-삼지연 철길은 2015년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6월 완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사 과정에서도 발파 및 낙석 사고로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개통 이후에도 기차 탈선 사고로 주민들이 피해를 당한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삼지연군을 방문해 “새로 건설한 혜산-삼지연 철길 노반공사를 잘하지 못하였다”며 “열차가 진동이 심하고 속도를 내지 못하게 건설했다”고 질타한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해(2019년)까지 철길 노반 보수공사를 질적으로 다시 하여 혜산-삼지연 철길을 표준 철길로 완성해야 한다”며 직접 사안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 여파로 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주민들로부터 지원물자와 지원금을 걷고 돌격대를 동원해 철길 공사에 나서는 등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속도전식으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결과, 노반 부실과 터널 붕괴 등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혜산-삼지연 철길 건설에 따라 철길 주변의 살림집을 철거하면서 해당 세대를 위해 주택을 마련해주기로 했지만, 현재 건설 공사가 지연되고 있어 이른바 ‘이주세대’들이 고초를 겪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소식통은 “삼지연 건설과 철길 공사로 철거시킨 세대가 약 1000세대”라면서 “이들 세대를 위한 10여 동의 주택 공사를 작년에 시작했는데, 지금 공사가 진척되지 않아서 주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들 이주세대는 지난해 말 당국의 지시에 따라 살림집이 철거되면서 남의 집 웃방(부엌 아궁이가 달린 방을 기준으로 그다음에 있는 방)에서 생활하거나 반토굴집을 짓고 살며 겨울을 났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에 어떤 주민들은 동상을 입기도 하고, 어떤 주민들은 얼마 되지 않는 살림 도구마저 못쓰게 되는 등 갖가지 피해를 봤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치적 사업인 삼지연군 개발에 골몰하면서도 정작 그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철거된 세대는 향후 혜산-삼지연 철길로 관광객이 많이 다닐 수 있다고 해서 나라 망신을 시킨다고 철도 주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쫓겨났다”며 “그나마 국가에서 집을 지어 준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현 상태로는 올해 안에 입주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