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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양강도 혜산(惠山)시에서 발생한 ‘아파트 붕괴사건(데일리NK 23일자 보도)’은 무리한 내벽 철거에 따른 하중 변화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30일 사고현장 목격자의 말을 인용, “19일 오전부터 두 명의 건설자(노동자)가 한 살림집의 벽체를 뜯어내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벽체가 거의 해체될 무렵 위층 다공판(콘크리트 바닥)이 쏟아지면서 7층 아파트 한 측면이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붕괴된 아파트에 거주했던 주민들 사이에는 최근 중국식으로 응접실을 늘리기 위한 인테리어 개조가 유행이었다고 한다. 이 아파트는 주로 세관이나 무역사업소 일꾼 등 비교적 부유층들이 거주하던 곳이다.
집집마다 작은 방과 부엌을 막은 벽면을 뜯어내고 손님들과 차를 마실 수 있는 응접실을 만드려고 건물 안전진단도 거치지 않은 채 내벽을 해체했다고 한다.
북한 아파트는 임대아파트 형식으로 주민들에게 공급되며, 아파트 거주자들이 구조변경을 하려면 주택감독기관인 인민위원회 산하 도시경영과에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도시경영과에서 뇌물을 받고 대부분 눈감아 주고 있어 형식상 규제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소식통은 “살림집들이 건물 내부를 개조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아랫층 몇 채가 벽채를 뜯어내자 건물이 견디지 못하고 붕괴된 것 같다”면서 “이 사고로 지금까지 26명이 죽어 나갔고, 부상자가 수십 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또한 “보안서에서 무너지지 않은 쪽의 나머지 주민들을 소개시키고 아파트 전체를 헐어버렸다. 중국에서도 뻔히 건너다 보이는 곳이고 복구하기도 어려워서 모두 헐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혜산에 거주하는 가족과 통화를 했다는 탈북자 김주찬(가명) 씨는 “아파트 붕괴 사건이 남조선 안기부의 작간(作奸-간악한 일을 일으킴)이라며 경각심을 높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혜산시 주민들은 그게 무슨 안기부 작간인가, 벽체를 뜯어 방을 고치다 무너졌지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지방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기간에 사고가 발생하자 북한 당국이 민심이반을 막을 목적으로 ‘남조선 안기부 개입설’ 등의 루머를 퍼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아파트 붕괴 잔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개인 집에서 나온 돈 뭉치나 값이 나가는 물건들을 보안서로 회수해 갔다”면서도 “아파트 거주자들이 대부분 힘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