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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은 남북정상회담 첫날인 지난 2일 김정일이 ‘삼지연 지구와 북청–혜산 도로건설 지원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시었다’는 제하의 보도를 1면으로 실었다.
내부소식통은 “이 도로는 여기(북한)서는 혜산-단천 군용 도로라고 부른다. 현재 일부 구간에서 시멘트 포장 공사가 진행중이다”고 말했다.
신문은 김정일의 건설자들의 노고를 위로한 내용을 소개했지만, 구체적인 공사 실적은 거론하지 않았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이 도로의 최초 명칭은 혜산–단천 군용도로였다. 이 도로는 유사시 일반 도로와 철길이 쉽게 폭격 등에 노출될 것을 대비해 양강도 혜산과 백암 산악지대(북부 산간과 내륙)를 통과하도록 만들었다.
노동신문은 정상회담 첫날 오전 전시를 대비한 군사용 도로 건설에 동원된 지원자들에게 김정일이 감사의 위문을 보낸 내용을 머리기사로 뽑은 것이다.
이 도로는 양강도 보천군 대진노동자구에서 시작돼, 백암군을 거쳐 함경남도 단천군까지 연결되며, 보천군과 백암군의 천연원시림을 통과한다.
혜산-단천 군용 도로는 1990년에 토사도로로 완공됐다. 완공 이후에도 매년 잡초제거와 바닥 다지기 등의 보수 공사를 진행해왔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고난의 행군’이 한창이던 1998년에는 유엔에서 지원한 식량을 풀어 대규모 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했다”면서 “당시에는 원래 5m였던 도로 폭을 9m로 확장하고 바닥을 60cm파내 자갈을 까는 등 유사시 탱크들이 기동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일부 구간에서 시멘트 포장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혜산-단천 군용 도로 건설 이전에도 양강도 혜산을 시작해 운흥과 함경북도 길주를 거쳐 혜산에 이르는 기존 도로가 존재해 있었다. 주민들 대부분은 여전히 이 도로를 이용해 함경북도와 남도를 왕래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로가 편리하고 시간도 절약되며, 주변에 민가(民家)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 주민의 이용이 거의 없는 산악지대 도로를 매년 보수한 데 이어 최근 이 도로의 확장공사를 마친 것은 군사적인 목적 이외에는 설명이 어렵다.
소식통은 “1993년 북한이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에서 탈퇴했다는 보고가 있자 마자 신속하게 이 도로의 보수공사에 들어갔었다. 우리 공장도 한 달간이나 도로공사에 동원돼 얼어붙은 땅을 파 헤쳐야 했다. 그 후 해마다 주변의 협동농장, 공장 기업소들을 총 동원하여 도로 보수공사를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2005년 탈북한 조철민(가명 남, 29세) 씨는 이 도로가 유사시 김정일이 중국으로 도주하는데 이용하기 위해 건설된 ‘은폐도로’일 가능성을 거론했다.
‘은폐도로’는 전쟁에 대비해 김정일과 일가족들이 안전하게 중국으로 도망갈 목적으로 건설됐으며 1987년부터 1996년까지 3단계에 걸쳐 완성됐다. 대표적인 도로가 평안북도 창성군과 향산군 사이에 건설된 것이다.
조 씨는 “주민들 입장에서 하등 상관이 없는데 매년 보수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단순히 군용도로로 보기도 어렵다”면서 “평안도 은폐도로 건설도 1단계에서는 3m에서 2단계 9m로 넓혔다. 김정일 전용도로는 폭이 대개 9m에 달한다”고 말했다.
조 씨의 주장대로 라면 북한 김정일이 평안북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은폐도로를 건설해 치밀하게 탈출을 대비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이번 공사에 삼수발전소건설을 완공한 6.18 돌격대가 동원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