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총부리 겨누는 비극 더는 없어야죠”

“피를 나눈 형제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비극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추석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된 강원 강릉시 노암동의 김문기(72) 할아버지는 북한 의용군으로 끌려간 뒤 생이별했던 셋째 형님 김범기(75) 씨를 만난다는 소식에 기쁨에 앞서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강릉 성산면이 고향인 김 할아버지가 15살이던 1950년 6·25전쟁이 터지면서 가족의 비극도 함께 시작됐다.

당시 4남2녀 중 넷째인 김 할아버지는 첫째 형 동기 씨와 둘째 형 명기 씨는 국군으로, 셋째형 범기(당시 17세) 씨는 북한 의용군으로 각각 전쟁터에 나서는 등 형제끼리 총부리를 겨눠야 하는 현실을 목격해야 만했다.

김 할아버지는 “당시 경찰 공무원이던 큰 형을 비롯해 형님 두 분이 경찰과 국군으로 참전하고 나서 북한군이 고향 땅을 점령할 무렵 셋째 형이 북한 의용군으로 끌려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6·25전쟁이 끝나고 보니 둘째 형은 전사했고 셋째 형의 소식은 아예 끊겼기 없었기 때문에 다들 죽은 줄만 알고 잊고 지냈다”며 “아직 살아계신다는 소식을 접하니 기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형제끼리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현실이 너무도 원망스러웠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저 운명의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부모님과 형님도 모두 돌아가시고 이제 남은 혈육이라고는 여동생(67)과 셋째 형님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추석 이산가족 상봉일까지는 아직 일주일가량 남았지만 김 할아버지는 59년 만에 셋째 형님을 만날 기대감에 벌써 들뜸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어렸을 땐 셋째 형님과 사소한 일로 많이 다퉜는데 이제는 나보다 더 늙으셨을 형님을 위해 보약이나 한 재 지어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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