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동력 회복위해 외교력 집중

“6자회담의 모멘텀을 잃지 않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한 기간이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맞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의지를 피력한 유엔 제재 결의 1718호가 채택된 지 한 달을 맞아 정부 당국자들은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이렇게 요약했다.

특히 지난달 31일 베이징(北京) 북.미.중 3자 회동을 통해 6자회담 재개가 전격 합의된 이후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만들고 이를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들에 전파한 한국의 위상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유엔 결의에 따른 각국의 이행보고서 제출시점(뉴욕 현지시간 13일)과 비슷한 시간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을 갖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6자회담의 재개를 기다리는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외교의 복원’은 지난한 과정의 산물로 여겨진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지 엿새만인 지난달 15일 이를 강력히 규탄하는 대북 결의 1718호를 만장일치로 채택, 북한 핵실험을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군사조치 가능성은 배제했지만 강력한 경제적.외교적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결의가 채택되자마자 이를 주도한 미국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튿날인 16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동북아 순방계획을 공개했다. 19일 서울에 나타난 라이스 장관은 한국과 미국이 북핵 폐기를 위해 단합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달 7일에는 니컬러스 번스 국무부 정무차관이 서울을 찾아 제 1차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를 열었다. 대북 강경파의 상징 인물인 로버트 조지프 군축담당 차관도 함께 방한, 유엔 결의 이행 보고서에 대한 막판 조율을 거쳤다.

미국의 압박 속에 한국 정부는 `제재에 병행하는 외교적 노력’을 가시화하는데 주력했다.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이 채택한 결의도 이행하면서 사태를 평화적으로 풀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됐다.

이를 위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움직였다. 지난달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앞선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중국 측에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중국 측의 반응은 중국 측의 특사 파견으로 이어졌다. 6일 뒤인 지난달 19일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인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을 평양에 보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시 탕 국무위원에게 ‘미국이 우리를 괴롭히지 않으면 핵실험을 추가로 하지 않겠다’며 ‘먼저 6자회담에 들어가겠다. 대신 우리가 들어가면 가까운 시일내에 금융제재를 풀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사실상 국면 전환의 가능성이 열렸다.

북한의 대미협상을 실무적으로 지휘하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경우 별도로 중국 특사단을 상대로 브리핑까지 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미국은 냉담했다. 라이스 장관은 “새로운 게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대목에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다가오는 중간선거를 계기로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모종의 타협을 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국과 긴밀히 협의한 결실이 바로 지난달 31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북.미.중 비밀회동이다. 포괄적 접근방안을 통한 지속적인 대북 설득 노력이 이 회동의 밑거름이 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BDA 문제와 관련해 ‘양보는 없다’고 버티던 미국 측의 강경입장을 꾸준히 파고들어 ‘논의할 수 있는 문제’로 만들어낸 정부의 외교적 노력은 평가할 만한 대목이라는 것이다.

내용성 있는 설득방안과 미국의 `모종의 성의’가 주효했던 것인지, 아니면 국제사회의 압박이 예상외로 거셌기 때문인지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단 6자회담 재개라는 새로운 국면 연출에는 성공했지만 실질적으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설계도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문제는 역시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며 관건은 이를 위해 외교적 노력이 얼마나 효과있게 전개되느냐다. 정부는 이미 북한을 자극하지 않음으로써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궁극적으로 대북 지렛대를 놓지 않기 위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정식 참여 방안을 사실상 폐기했다.

만일 북한이 핵포기 결단을 내릴 경우 지난해 9.19 공동성명 채택 당시 기대됐던 `한반도 평화시대’의 도래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개발을 체제 유지를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핵을 포기할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북한 입장에서 핵은 마지막 남은 자산에 해당되는데 이를 포기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체제보장이 약속돼야 함은 물론이고 북한의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보상’이 있어야할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더욱이 북한은 이미 핵실험까지 한 상황이다. 따라서 `핵보유국’으로서 더 큰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핵보유국임을 전제로 하는 북한과 이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과 미국 등 당사국 간의 입장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핵폐기와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재개될 6자회담도 일시적인 휴전에 불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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