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맹’ 北-中 관계 심상찮은 균열

‘혈맹’을 자랑해오던 중국과 북한의 관계에 북한 미사일 사태 이후 심상찮은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초만 해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순(南巡) 방중, 미국의 대북한 압박공세를 계기로 북한 경제투자를 가속화하며 북한의 체제 존속을 적극 지원하던 중국이었다.

한국 일각에선 중국이 북한의 대중 의존도를 심화시켜 북한을 ‘삼키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국이 최근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삼아 ‘북한 카드’를 버리기로 작심한 양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 충격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 국유은행인 중국은행(BOC)이 북한의 위조지폐 사건과 관련, 북한 계좌를 동결했다는 주장을 박 진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사실이라면 중국은 대북 관계에 있어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다소 수동적 입장에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을 지지하던 것에서 나아가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대북 금융제재에 동참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선양(瀋陽) 미국 영사관으로 담을 넘어 들어가 미국행을 요구해 온 탈북자 4명 가운데 3명이 중국의 동의를 받아 22일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중국이 자국 내 미국 공관에 들어간 탈북자에게 미국 직행을 허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최근 중국의 대북 시각을 읽을 수 있다.

중국은 미사일 발사를 자제해달라는 자신들의 요청을 묵살한채 아무런 사전통보없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게다가 평양까지 찾아가 설득한 ‘6자회담 복귀’도 무위에 돌아가면서 북한에 대해 못마땅한 감정이 팽배해있다.

북한이 또 결의안에 대한 즉각적인 불복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중국 지도부는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으로선 혈맹 중국이 자신들을 비난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에 배신감을 토로하며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역할에 불신감을 비추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온다.

중국이 계좌동결 문제나 탈북자 문제에 있어 미국과 공조체제를 가동하면서까지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는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미국.일본 대 중국.러시아가 맞서는 동아시아 세력균형의 틈바구니에서 활로를 모색해온 북한이 중국의 변화된 기류를 읽지 못한채 미사일을 발사, 유일한 우군(友軍)을 잃고 고립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중간 균열을 감지한 미국은 여지없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20일 중국에 대해 “기존의 대북관계를 그대로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우리 모두가 요구하는 변화를 하도록 북한에게 강요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선택을 강요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혈맹이라는 과거 관계 때문에 북한의 입장을 배려해왔으나 이제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대국으로서, 경제발전을 계속 추구해야 하는 대국으로서 무조건 북한을 포용할 수 만은 없게 됐다.

여기에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중국은 서방국의 입장을 챙겨줘야할 필요가 있다.

`주고받기’가 가능한 다른 나라와는 달리 북한에 대해선 계속 퍼주기만 해야한다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등 중국 신세대 지도부의 속내에 깔린 불만이 서서히 표면화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중국 관측통은 “이제 북한과 중국이 기존의 조건없는 형제 관계를 유지하기는 힘들다”고 단정하며 “지난 92년 한국과 중국의 수교 이후 북-중 관계는 갈수록 미묘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50여년간 축적된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이번 미사일 위기로 인해 단번에 허물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고 대다수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 항상 불안정한 지역이긴 하지만 중국의 외교전략 가운데 북한은 미국의 지역안보 구도에 맞설 수 있는 ‘조커’에 해당한다.

또다른 중국 전문가는 “북한 정세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탈북 난민이 대거 중국으로 유입, 지역안보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북한을 지원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김정일 정권 붕괴에 이어 북한에 친미(親美) 정권이 출현한다면 중국은 새로운 전략적 위협세력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북한은 버릴 수 없는 카드가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일단은 상황에 밀려 북한과 거리를 두고 대북 관계의 재정립을 모색하고 있는 형편이긴 하지만 추가로 북한을 고립으로 몰고 가거나 관계를 악화시키는 조치에 나설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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