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과 ‘김일성’을 동격에 놓지말라

8.15 행사에 참석한 북측 대표단이 현충원을 참배하고 돌아갔다. 이번 참배는 북측이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참배를 하겠다는 사람을 굳이 말릴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 뒷맛이 씁쓸하다.

북한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임동옥은 남한의 전 통일부장관 임동원에게 “5년 전 우리가 이 문제로 얼마나 싸웠느냐”며 현충원 참배를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참배와 동격에 놓고 이야기했다. 벌써 남한의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일부 정치인들이 금수산기념궁전 참배를 이야기한다. 한나라당은 당혹스러워 한다는 전언이다. 별걸 가지고 다 당혹스러워한다.

현충원을 금수산기념궁전과 동격에 놓는 것은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사기 행위’다. 이 두 곳이 어떻게 같을 수 있나.

다수의 희생자 對 1인의 가해자

첫째, 다수의 인사들이 안치된 묘지와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한 궁전이 같을 수 없다.

현충원은 독립운동가로부터 한국전쟁 전사자, 역대 국가원수, 애국지사, 국가유공자 등 수만 명이 안장되어 있는 국립묘지이다. 그 이름에서부터 봉건적 냄새가 풀풀 나는 ‘금수산기념궁전’은 주민들이 굶주려 떼죽음을 당하는 와중에도 수천만 달러를 들여 사체를 보존하고 내부를 개조한, 죽은 김일성 개인을 위한 건물이다.

남한의 현충원과 성격이 비슷한 북한의 시설을 꼽으라면 혁명열사릉이나 애국열사릉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혁명열사릉은 김일성과 같이 항일빨치산 활동을 했던 130여명만 안장되어 있으니 이 또한 현충원과 같다고 볼 수 없다. 이것으로도, 북한이 얼마나 철저한 계급사회인지 알 수 있다.

굳이 남한이 현충원 참배에 대한 답례를 해야 한다면 북한의 전사자들과 국가유공자들이 묻혀있는, 그리고 김일성과 빨치산 투쟁을 하지 않고 일반(?)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이 묻혀있는 애국열사릉을 참배하는 것 정도가 합당할 것이다.

둘째, 희생자의 묘소와 가해자의 묘소가 같을 수 없다.

김일성은 전범(戰犯)이다. 일본의 A급 전범들의 위패가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는 발끈하는 남한 사람들이, 그보다 더 가까운 시기에 수백만 명을 희생시킨 전쟁을 발발한 자에게 관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태도이다.

물론 북한은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다수의 북한 주민들도 한국전쟁이 남침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과거 전쟁의 상처를 씻는 화해의 차원에서 참배를 한다면, 남한이 전범 김일성의 묘소에 참배를 하는 정신적 굴욕에 상응하는 조치를 북한도 취해야 한다. 그것은 현충원 참배가 아니다.

그 대상을 굳이 남한에서 찾자면, 북한 주민들이 전쟁의 원흉으로 적대시하는 맥아더 동상쯤이 될 것이다. 북한 대표단이 맥아더 동상에 헌화를 하고, 남한 대표단이 김일성 묘소에 헌화를 한다면, 아마 그 정도가 서로 한국전쟁의 상처를 씻는 상징적 행위쯤으로 치부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북한은 8월 2일자 노동신문을 통해서도 “맥아더 동상을 당장 폭파해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그들의 이번 현충원 방문이 얼마나 가식적인지 알 수 있다. 한국전쟁에 대한 사과나 반성, 혹은 화해의 의미가 아닌 것이다. 아무리 웃으며 손을 내밀어도 거짓은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이철환, ‘연탄길’ 中).

수령교 유일신 참배, 거부하는 것 당연

이상과 같이 현충원과 금수산기념궁전은 그 성격과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물론 외교의전상 타국을 방문했을 때 그 나라에서 가장 신성시하는 곳을 찾아가 예를 갖추는 것은 기본적 예의다. 하지만 신앙이나 이데올로기가 결부된 행위를 강요할 수는 없다. 이것을 강요하는 것이 오히려 외교적 결례이며 실리주의 원칙에 맞춰 양국간에 적절히 협의해 처리하면 된다.

북한의 수령숭배는 종교를 능가한다. ‘수령교(首領敎)’ 유일신의 묘소를 참배하라는 종교적 강요를 우리는 거부할 수 있으며, 이는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만약 그 종교를 숭배하는 남한 사람이 있다면 방북시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참배하면 된다.

다만, 금수산에서 당신이 고개 숙일 때 오늘도 ‘수령교’ 지배 아래 참혹한 고통을 당하고 있는 2천만 동포의 피울음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당신이 존경하는 ‘유일신’이 벌인 전쟁에 희생된 혼령들과 납치된 사람들의 통곡소리가 밤마다 당신의 가슴을 짓누를 것이다.

말리지 않을 테니 그것을 감당할 용기가 있다면 참배하라.

곽대중 논설위원 big@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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