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대사관 ‘정보력부재·안일 대응’이 北送 초래

라오스에서 27일 강제 추방된 탈북고아들이 이미 중국을 경유해 북송(北送)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사태의 총체적인 책임이 현지 한국 대사관에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탈북 고아 9명이 불심검문에 걸려 억류된 사실을 알고도 보름 넘게 영사 면담을 성사시키지 못했고, 그동안 라오스의 탈북자에 대한 호의적인 대응만 믿고 소극적으로 대처해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현지 대사관의 안이한 태도는 탈북고아의 한국행을 도왔던 한국 부부를 통해 확인된다. 이들 부부는 탈북고아가 체포된 이후 대사관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 “아이들의 상황을 확인해 줄 수 없다” “일을 크게 만들지 말고 기다려 달라”는 말이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29일 “탈북 고아 9명이 억류됐을 때 여러 차례 라오스 당국에 면담 요청을 했지만, 허가해주지 않아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한국 부부와는 여러 차례 통화를 하면서 상황을 파악했다”고 부인했다.


정부의 정보력 부재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라오스에서 강제 추방된 탈북자들은 북측 인사의 동반하에 중국 지방 도시를 경유해 27일 밤 11시경 베이징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이들의 행방에 대해 정부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당국자는 이와 관련, “이들은 적법한 여행 비자를 소지하고 중국으로 이송됐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신병을 확보하는데 일정한 한계가 있고 우리 정부 역시 소재 파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반면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데일리NK에 “현지 관계자가 현재 중국에는 탈북자들이 없는 것으로 알려왔다”면서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베이징을 경유했거나, 단둥-신의주를 통해 이미 북송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리 정부의 정보력 부재를 질타했다.


또한 정부 당국자는 탈북 고아 9명 외 성인 3, 4명이 강제 추방됐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확인된 바가 없다. 라오스 이민국에 수용됐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인 탈북자가 포함됐다는 소식을 전한 정 대표는 “우리 정부가 정보를 파악 못 했을 수도 있고, 파악하고도 사실을 은폐하려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에 현지 북한 대사관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라오스 당국이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북한 대사관에 탈북 고아들을 인계한 것은 북한 당국이 라오스 당국을 압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라오스 당국에 이번 탈북자 강제 추방 조치와 관련 강한 수준의 항의 표시를 했고, 라오스 측은 이에 대해 “북한 측이 초기부터 이 사건을 인지하고 신병인도를 적극 제기해와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인권 단체 관계자들은 우리 정부가 북한 대사관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감지했고, 라오스 당국이 이례적으로 탈북자 강제 추방 전 우리 대사관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을 시점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 당국자는 최근까지도 라오스를 통해 탈북자들이 국내에 입국했기 때문에 라오스의 탈북자 정책 변화로 보긴 어렵다면서 지난해 말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한 ‘꽃제비’ 동영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당국자는 강제 추방된 탈북자들의 북송 가능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재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북송됐을 가능성과 그렇지 않은 정황도 있기 때문에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탈북고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관 주재 대책 회의를 주재하고 24시간 테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또한 라오스 당국에 강제 추방 재발 방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협조 체제 구축 시스템을 재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