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취임 5주년 ‘뚝심으로 고비 넘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1일 취임 5주년을 맞아 대북 경협사업 경색이란 난관을 뚝심과 내실 경영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 회장은 이날 취임 5주년을 맞았지만 별다른 행사나 기념사 없이 조용히 넘어갈 것을 임직원에게 지시했다. 이는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남북 관계 악화 등 대내외 여건이 자축하기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회장은 이런 시련 속에서도 대외적으로는 대북 사업 지속에 대한 강한 신념을 확고히 하고 내부적으로는 각 계열사의 체질 강화를 강조하는 등 취임 5주년을 맞으면서 그룹 총수로서 입지를 완전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 5주년..“전쟁터에 놓인 기분이었다” = 현정은 회장은 최근 취임 5주년을 회고하면서 “전쟁터에 놓은 기분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남편인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타계 이후 경영권 방어를 위해 2003년 8월 그룹 총수로 나선 현 회장은 시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 끝에 2004년 3월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에 선임되면서 이 문제를 종결지었다.

하지만 2006년 4월에는 시동생인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주식을 대량 매입하면서 또다시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으며, 그해 12월 상환 우선주 2천만주를 발행하면서 경영권 다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현 회장은 2005년 8월에는 비리 의혹에 연루된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을 물러나게 함으로써 북측과 대북 사업 전반에 걸쳐 갈등을 빚었지만 지난해 11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 개성관광, 백두산 관광, 비로봉 관광에 합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7월11일 금강산에서 남측 관광객이 북측 초병에 피살되면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는 등 남북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는 바람에 현 회장은 대북 사업 전반을 다시 점검하면서 최근 경기 침체로 계열사 실적을 챙겨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현 회장은 지난 8월 통일부 차관 출신인 조건식씨를 현대아산 신임 사장으로 임명해 남북 간 화해를 시도하고 있으며, 최근 현대증권 이사회 의장에 오르는 등 책임 경영을 통해 그룹 경영 전반을 조율하고 있다.

◇생존 비법은 ’감성경영과 혁신’ = 주부였던 현 회장이 대기업 총수로서 5년간 지휘봉을 잡아올 수 있었던 가장 큰 비법은 ’감성경영’과 ’혁신’이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현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이메일을 통해 그룹 임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섬세함을 보여줬다. 또한 한여름 복날에는 임직원들에게 삼계탕을 보내기도 하고 여직원들에게 생활 철학이 담긴 ’여성 다이어리’를 선물하기도 했으며 임직원의 고3 수험생 자녀에게 목도리를 선물하기도 했다.

2004년 8월에는 한동안 중단됐던 현대그룹 합동 신입사원 수련대회를 부활시켜 매년 신입사원들과 함께 산행과 운동경기를 즐기는 등 격의 없는 스킨십으로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할 정도다.

그는 인재 경영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현대인재개발원을 최첨단 시설로 리모델링해 신입사원 교육 과정, 전문가 과정, 리더십 강좌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각 사별로 사내 교육학점 이수제도, 전문자격증 취득 과정, 외국어 과정 등을 운영토록 했다.

특히 현 회장은 조만간 ’비전 2012’를 발표해 지난 5년간 경영을 통해 쌓은 자신감과 향후 구상을 밝힐 계획이다.

이 계획의 중심에는 현대건설 인수가 들어 있다. 현대건설 인수는 향후 북한의 인프라 사업뿐 아니라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 전 계열사의 사업과 연계돼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현 회장의 생각이다.

현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건설과 제조가 주축이 된 인프라 사업 부문, 해운과 택배를 중심으로 한 통합 물류 사업 부문, 증권이 중심이 된 금융서비스 사업 부문 등 3대 사업축으로 발전시켜나간다는 복안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시아버지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철학인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말을 현 회장은 항상 마음속에 담고 있으며 대북 사업을 포함해 모든 어려움도 인내를 가지고 소신껏 하다보면 잘 풀린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