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김정일 만나 무슨 이야기할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평양 체류기간이 연장됐다. 이에 따라 당초 기대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 모 씨의 석방 여부에 대한 확인도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현대측이 구체적인 사유는 적시하지 않은 채 방북 기간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면서 “검토를 거쳐 승인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의 체류기간이 연장된 것을 두고 해석도 분분하다. 일단 김정일과의 만남이 무산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지만 한편으론 개성공단 관련 현안이나 금강산·개성관광에 대한 의견절충에 실패한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또 유 씨 석방에 따른 북측의 보상 요구로 의견충돌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남북이 이미 현대아산을 매개로 한 물밑교섭을 통해 유 씨를 8·15 이전에 석방한다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새벽 김정일이 함경남도 함흥에 있는 김정숙해군대학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통신이 김정일의 행보를 신속하게 보도하는 경우도 있어 김정일의 시찰이 11일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추론이 정확하다면 현정은 회장과 김정일의 만남은 일정 때문에 성사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일과 현 회장의 면담은 이날 만찬을 겸해서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대북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방북 일정 마지막 날인 13일 오찬 등의 형식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현 회장의 방북 성과는 실제 모든 권력이 김정일에게 집중돼 있는 북한의 특수성에 비쳐볼 때 그와의 직접 면담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일행도 김정일과 면담을 통해 여기자들의 석방을 성사시킨 바 있다.

대결 국면이던 미북관계가 클린턴과 김정일의 회동을 계기로 대화 모드가 나온 것처럼 현정은-김정일 회동이 향후 남북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유 씨 석방요구 이외에 지난해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고 박왕자씨 피격사망 사건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과 작년 북한이 취한 ‘12·1 조치’의 일환으로 중단된 개성관광 재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개성관광은 현대아산의 주력사업이기 때문에 현대그룹의 수뇌인 현 회장이 이번 방북을 계기로 어떤 형태로든 재개를 위한 실마리를 마련하려 할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북한 역시 ‘돈줄’인 금강산 관광을 그냥 포기하긴 어렵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인식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1998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후 2007년까지 금강산에서만 5억3800만 달러의 현금을 벌었다.

특히 지난 5월 2차 핵실험 이후 미국 등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로 ‘달러 창구’가 막힌 북한으로선 관광 재개를 통한 현금 조달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정일이 현 회장에게 관광 재개 의사를 밝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관광중단을 결정한 우리 정부가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북측의 사과와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전제로 하고 있어 관광이 빠른 시일 내 재개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무오류’를 강조하는 북한으로서도 우리 측에 사과를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때문에 김정일의 요청과 유 씨 석방이 전제되더라도 관광 재개의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달리 김정일이 개성관광 재개의 뜻을 전할 가능성도 있다. 개성관광은 북측의 12·1조치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금강산 관광보다 상대적으로 재개가 용이하다.

이 경우 남북 육로통행 등을 제한하고 있는 북한의 ‘12·1 조치’의 일부를 철회하는 것으로 돼 남북관계의 긍정적 변화도 점쳐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하나의 관심거리는 남북간 인도적 협력 재개에 대해 현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김정일이 어떻게 반응할지다. 정부는 현 회장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현안 해결을 추진하자는 메시지를 북에 전달한다는 복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적 협력 재개에 대한 현 회장의 메시지에 김정일이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경우 우리 정부는 직·간접적 대북지원을 본격 추진하고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제의에 호응하는 식의 그림이 가능하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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