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김정일과 `좋은 추억’ 이어갈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과거 만남이 주로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지난 10일 평양으로 향한 현 회장의 이번 방북 목적은 백두산 관광 등 사업상 `좋은 일’을 만들려고 갔던 예전의 `미션’과는 분명히 달라서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더욱 관심을 끈다.

그간 쌓아온 친분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이 현 회장에게 `섭섭한 대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많다.

현 회장에게는 현대아산 개성사업소의 보일러 주임으로 일하던 중 북한 체제 비판 등의 혐의로 넉 달 넘게 북한 당국에 억류된 유모씨를 석방시키고, 1년 넘게 교착상태에 빠진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의 활로를 뚫는 것이 이번 방북에 걸려 있는 주요 사명이다.

또 경색 국면인 남북 관계 해빙의 전령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도 그의 어깨에 걸려 있는 막중한 임무로 거론된다.

현 회장이 과거에 김 위원장을 만날 때는 당면 이슈가 이처럼 무겁지는 않았다.

2005년 7월16일 현 회장은 맏딸인 정지이 현대 U&I 전무 등과 원산에서 김 위원장과 3시간30분간 오찬을 겸한 면담을 진행했고, 독대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현 회장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백두산 관광사업 독점권과 개성 시범 관광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현 회장은 당시 김 위원장을 만난 다음 날 강원 고성의 남한 출입사무소에서 기자들에게 “백두산은 다음 달 말쯤 시범관광을 할 수 있고, 개성관광은 시내 유적지와 박연폭포까지 가능할 것”이라면서 자랑스럽게 면담성과를 공표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3일에는 김 위원장이 내주는 특별기를 타고 백두산을 참관하는 등 4박5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백두산과 개성관광 사업권 확보, 내금강 비로봉 관광 성사 사실 등을 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김 위원장은 현 회장을 처음 만날 때부터 `소떼 방북’의 주인공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부터 시작한 현대가(家)와의 인연을 고리로 삼아 얘기를 나눴다.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처음 만난 2005년 7월 당시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는 “김 위원장이 현대가 대한 의리를 보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같은 해 6월 6.15 통일대축전에 참가한 현 회장에게 “금강산은 정몽헌 회장한테 줬는데, 백두산은 현정은 회장한테 줄 테니 잘 해봐라”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정주영-정몽헌을 잇는 대북사업의 `수장’으로 인정한다는 징표로 받아들여졌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과 현 회장의 친밀한 관계가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키우는 촉매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많았다.

이후 현 회장은 2007년 10월4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귀환했다.

현 회장은 그때 김 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전히 호방하고 활달하시더라”며 친분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번 방북은 복잡미묘한 일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틀어지게 하는 불씨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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