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귀환에 숨죽인 도라산출입사무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귀환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한편의 첩보전을 방불케 했다.

지난 10일 2박3일 일정으로 방북한 현 회장은 체류 일정을 4차례나 연기한 끝에 17일 오후 입경했다.

이 과정에서 파주 도라산남북출입사무소에 모인 현대아산, 통일부 직원 등 관계자와 수많은 국내외 취재진은 귀환 예정일인 12일부터 주말도 반납한채 기약없이 현 회장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방북 이후 남측에서 먼저 현 회장 일행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는 통신수단이 전혀 없어 현대그룹 핵심 측근도 현 회장의 회담 진행 성과와 김정일 위원장 면담 성사 여부는 물론 현재 위치와 귀환 날짜조차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 측은 12일부터 14일까지는 오전 9시30분 전후, 15일 이후는 오후 5시30분께 현 회장의 체류 연장 소식을 알려왔다.

애초 13일 석방된 유성진씨와 같이 귀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시어머니 기일인 16일에도 귀환 소식이 없자 현 회장의 행적과 관련해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또 17일부터 UFG(을지훈련)이 시작돼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 현 회장의 일정이 차질을 빚는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16일 오후 9시께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현 회장이 김 위원장을 만났다고 보도하고 17일 오전 9시30분께 현 회장 일행이 평양을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도라산출입사무소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17일 오후 2시23분께 마침내 도라산 CIQ를 통과해 가벼운 발걸음으로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현 회장은 옅은 화장기에 약간 피곤해 보이긴 했으나 밝은 표정이었다.

예상보다 훨씬 늦은 귀환이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어냈다는 성취감에 자신감을 드러낸듯 현 회장은 방북할때 입었던 검은색 재킷과는 대조적으로 밝은 연홍색 재킷을 입고 빠르고 밝은 목소리로 준비된 발표문을 읽었다.

지난 2003년 남편(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현모양처형’ 주부에서 강단있는 재벌 총수로 변신했다는 주위의 평가가 아깝지 않은 `여장부’의 당당한 모습이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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