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訪北, 남북간 난제들 해법 나오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10일 평양을 전격 방문함에 따라 이날로 134일째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유 모 씨의 석방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한 정부 소식통은 “현 회장의 귀국길에 유 씨와 동반하거나 8·15 이전 북측이 유 씨를 석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앞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따른 여기자 석방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겠냐는 기대감이다.

현 회장은 이날 오후 2시께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방북 길에 올라 평양 등에서 2박3일간 체류할 예정이다. 현 회장 측은 전날(9일) 통일부에 이 같은 내용의 방북신청을 했고 10일 통일부는 이를 승인했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도 이날 9시 방북했다.

통일부와 현대그룹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 회장은 유 씨 문제와 개성공단 현안 등을 논의하고, 지난달 30일 동해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월선, 북한에 나포된 ‘800 연안호’ 선원들의 조기 송환 문제 등 남북관계 현안에 대한 정부 입장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과 같이 김정일을 면담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경우 유 씨 석방을 비롯해 김정일의 ‘통 큰’ 선물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현 회장과 김정일의 면담이 성사될 경우 유 씨 석방을 비롯해 남북관계의 일대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최근 클린턴 방북에 따른 여기자 석방과 맞물려 미·북관계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즉, 북한이 미국 여기자 석방을 기점으로 한반도 긴장 고조 정책에서 평화 공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유 씨 석방을 신호탄으로 연안호 억류,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 개성공단 비용 협의 등이 순차적으로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정부 소식통은 “미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북한으로선 남한과의 관계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면서 유 씨 석방 조치 등을 통해 미국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김정일이 북측의 토지임대료와 임금 인상 등의 요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와 작년 7월 남측의 관광객 피격사망 이후 중단된 금강산 관광사업 등 현대아산의 사업에 새로운 전기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금강산 관광 중단의 계기가 됐던 박왕자 씨 사망에 유감을 표시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방지 대책 논의 등에 적극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불어 남북관계 개선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유 씨가 석방되더라도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전망하긴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로서는 유 씨가 석방되더라도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당장 북측이 요구하는 토지임대료 인상 등을 수용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앞서 북측이 지난 5월에도 현 회장의 방북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에서 이번 현 회장의 방북을 통해 개성공단 관련 토지임대료, 임금 인상 등의 경제적 실익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아가 북측이 금강산 피살사건에 대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하더라도 애초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조치 등이 관광재개의 전제라는 입장을 밝힌바 있는 정부도 판단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는 별도로 유 씨 석방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던 정부도 현 회장의 방북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당국간 실무회담의 파행으로 대화채널이 닫힌 상황에서 방북결과에 따른 ‘부담감’을 줄이면서 대화의 끈도 이어가고 유 씨 석방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오는 17~27일 실시되는 을지훈련의 수위를 최대한 낮추기로 한 것과 유 씨 등 문제에 대해 지나친 언론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언론에 요청한 것도 이번 방북에 대한 사전 교감에 따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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