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택 ‘대결광신자’ 취급한 北, 류우익은?

8·30 개각에 따른 통일부 장관 교체에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현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이명박 대통령과 통일부 수장에게 돌려왔던 북한이 류우익 내정자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향후 대남전략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북한은 그동안 ‘원칙’을 강조해 온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발, 초대 통일수장인 김하중 전 장관과 후임 현인택 장관을 향해 ‘대결광신자’ 등의 막말을 동원해 거친 비난을 이어왔다.


김 전 장관에 대한 첫 비난은 취임 19일만에 나왔다. 북핵문제와 경제협력을 연계하겠다는 취임일성에 ‘망발’ ‘가소로운 주장’ 등의 표현을 동원하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후 북한은 개성공단 상주인원 철수 등 대결적 조치를 취했고, 이 같은 태도는 김 장관의 퇴임 때까지 이어졌다. 


현 장관에 대해서는 더욱 거친 반응을 보였다. 그가 ‘비핵·개방3000’ 구상의 실질적인 입안자였다는 점에서 내정 때부터 ‘적대시 정책 전면화 선전포고’라는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북한 대외선전용 온라인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지난 2009년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실명 비난한 만평./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이 역대 통일수장들을 상대로 임기 초반 일종의 ‘길들이기’ 차원에서 강도 높은 비난을 전술적으로 구사한 경우는 많았으나 취임하기도 전에 직접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북한은 석 달 만에 핵실험을 실시했고, 천안함·연평도를 공격하는 강수를 동원해 남한 당국을 압박했다. 이 같은  북한의 극단적인 거부 반응은 민주당 등 정치권과 햇볕 지지자들의 공격 논리로 이용됐다.


이 때문에 류 내정자에 대한 북한의 초기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일단 류 내정자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을 공감하고 있지만, 대화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당분간 류 장관의 행보를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주중 대사 시절 남북정상회담을 타진해 왔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북한도 류 내정자에 나름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권 고위관계자가 “북한 당국이 류 내정자를 ‘대화할 수 있는 상대’로 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 류 내정자는 31일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대북 정책에) 유연성을 낼 부분이 있는지 궁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를 유지하겠지만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한 여건도 조성하겠다고 했다.


인사청문회 등을 고려한 조심스런 반응이지만 원칙을 유지하면서 남북관계의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즉각적으로 비난 공세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류 내정자가 정책을 크게 바꾸지는 않겠지만 약간의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표현할 것”이라며 “이 대통령에 대한 실명비난을 자제하는 것도 대북라인 교체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 적극적인 대외관계를 펼치고 있고, 남북 비핵화회담의 후속대화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류 내정자에 대한 격한 반응으로 굳이 남한을 자극하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 이후 남북한과 러시아의 가스관 사업이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할 상황에서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둘러싼 여건 변화에 따라 당분간 류 내정자의 행보를 관망하면서 대남전략을 구상할 것으로도 보인다. 남한 정부가 장관교체라는 카드로 대북정책 변화의 신호를 보내는 상황에서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현 남북관계 파행의 책임을 현 장관에게 돌리면서 ‘그렇게 하지 마라’ ‘과거와 차이를 보여라’ 식의 견제구를 통해 류 내정자의 반응을 우선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도 “북한은 일단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때까지 관망하거나 청문회 발언 등을 보면서 대남전략을 수립할 것”이라며 “특별히 문제가 없으면 이산가족 상봉, 장관급회담, 당국간 실무접촉 등의 유화공세로 류 내정자의 입장을 떠볼 수 있다”고 말했다.


류 내정자가 중국 대사를 제외하고 대북정책과 관련해 특별한 경력이 없다는 점과 기존 장관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 무리한 대북접근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이를 역(逆)이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 교수는 “류 내정자가 주중대사 이외에 북한에 대해 특별히 다른 일을 한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길들이기, 또는 기선제압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류 내정자가 대북정책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압박기조를 유지할 경우, 북한은 현재의 강경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 연구위원은 “천안함, 연평도 문제 등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한다면 강경한 태도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경우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에는 남북관계 자체를 무력화하고, 내년 대선 이후 집권할 정부로 타깃을 옮기겠다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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