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으로 떠오른 北 비핵화 실무비용

북한이 오는 14일께 영변 핵시설 폐쇄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비핵화에 실무적으로 소요될 비용을 누가 어떻게 감당할지가 새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논의의 시발점은 2.13 합의에 명시된 영변 5MW원자로와 재처리시설 등의 폐쇄.봉인과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검증에 소요될 IAEA 예산에 대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분담 비율이다.

IAEA는 최근 올해 북핵 사찰예산으로 170만유로(약 21억3천만원)를 책정했으며 9일 빈에서 열리는 특별이사회에서 이를 의결한 뒤 6자회담 참가국들 위주로 이를 부담케 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미.중.러.일 등은 조만간 이 비용을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실무비용’ 문제가 제기된 것은 2.13합의에 북한의 폐쇄.불능화 등 조치와 맞물린 상응조치에 대한 분담 원칙만 명시돼 있을 뿐 비핵화에 드는 제반 실무비용의 분담 원칙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16~17일께 열릴 것으로 보이는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에서 6자는 이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 당국자는 “IAEA의 대북 사찰에 따르는 예산 분담방식이 향후 비핵화 실무비용 분담원칙으로 고착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엄연히 비핵화 비용의 범주에 들어가는 IAEA 사찰예산의 분담 선례가 향후 불능화 및 핵폐기 등에 소요될 비용분담에 적용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비핵화에 소요될 구체적인 비용은 추산되지 않고 있다.

폐쇄대상 영변 핵시설을 봉인하고 감시카메라를 구입.설치하는 비용과 폐쇄.봉인 상태를 감시할 IAEA 감시.검증단의 체재비 등으로 IAEA가 390만유로(2007~2008년도 분)를 책정했을 뿐이다.

이 액수는 2단계 조치인 핵시설 불능화 이후 들어갈 비용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기술적으로 핵폐기.불능화 등에 소요될 제반 비용과 핵개발에 관여한 과학자들의 재훈련 등에 따르는 비용은 총 수십억달러 단위가 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 같은 비용부담 문제를 불능화 단계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참가국들이 조기에 원칙 등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관심은 비핵화 비용분담에서도 북한을 제외한 참가국들의 균등부담 원칙이 적용될지다.

앞서 2.13 합의가 도출될 때는 일본이 납치문제에 진전이 없는 한 대북 상응조치에 동참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함에 따라 한.미.중.러 등 4개국이 불능화 단계까지의 상응조치인 중유 100만t 분량의 대북 지원을 ‘평등과 형평의 원칙’에 기초해 분담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평등과 형평의 원칙’을 합의문에 삽입하는데 상당한 비중을 뒀던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이 비핵화 비용분담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차기 6자회담 등에서 적극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로서는 과거 북.미 제네바기본합의(1994년)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의 경수로 사업 비용을 70%나 부담했지만 사업 좌초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기억이 있기에 균등분담 원칙은 반드시 관철해야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

관심은 나머지 참가국들이 이 원칙에 동의할지다.

다행히 대북 상응조치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일본이 IAEA의 대북 사찰 예산 분담에는 동참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지만 참가국간에 ‘컨센서스’가 형성될지는 두고봐야할 문제다.

또 구 소련 붕괴 이후 옛 소련 연방국가들의 핵무기 제거 및 핵시설 해체를 위해 미국의 자금과 기술력을 제공하는 내용의 ‘넌-루가법’이 북핵 폐기에 적용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미국은 넌-루가법에 따라 16억달러 규모의 정부예산을 마련, 수천 기에 달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에 있는 핵탄두와 미사일, 잠수함과 폭탄을 제거해왔다.

이와 관련,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지난 4월 방미때 이 법안의 발의자인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외교위원회 간사.공화)과 면담을 갖는 등 이 방안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미국이 넌-루가법에 따라 상당액을 분담하려할 경우 나머지 회담 참가국들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북한이 핵폐기를 결단했다는 확실한 사인이나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넌-루가법 적용이 미 의회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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