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이탈한 이상은 北 독재정권만 살찌워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북한은 끊임없이 곪는 상처와 같다. 북한 주민들의 참상은 늘 우리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반면, 자유롭고 풍요한 남한의 현실은 북한의 피폐함에 대한 살아있는 질책이다.

남한이 존재하는 한 북한 주민들이 남북한을 비교해 북의 체제를 평가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당연히 북한 정권은 한시도 마음놓을 수 없다. 북한이 남북화해보다는 긴장유지 또는 연북화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자유선언』(르네상스)의 저자 16인은 이같은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북한 전체주의 정권을 자유로운 정권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남북한이 똑같이 자유로울 때 북한 주민들과 남한 모두가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북한의 진실, 즉 ‘악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책이 말하는 ‘악’은 단순히 북한 독재정권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북한 김정일 독재를 추종하는 세력과 이들을 통해 유포된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포함한다.

책은 단순히 북한 독재집단의 극악성이나 북한 자유화의 필요성에만 한정돼있지 않다. 국내 친북좌파 세력이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환상을 깨트리고, 이들의 교묘한 거짓의 정체를 벗겨낸다. 여기에 김정일 정권 해체 후 자유화의 길에 들어설 북한의 미래도 짚어본다.

저자들은 북한이 최소한의 도덕성을 지닌 정권으로 바뀌고 전체주의가 자유주의 체제로 바뀌어야, 비로소 남한과 북한 주민들이 안정된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전제에 동의한다.

또한, 북한 정권이 대내외적으로 견고하게 보이는 것과 달리, 체제 내부는 무너질 대로 무너져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북한의 정권과 체제가 스스로 무너지는 과정을 돕는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저자들이 모여 책을 저술한 근본이유로 보인다. 핵문제나 인권문제는 결국 북한에 민주적인 정권이 들어설 때만이 해결될 수 있으며, 그 변화의 주역은 북한 주민이라는 것이다.

책은 동맹국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현실적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북한 내 정보유입 활성화를 위한 대북 민간방송 확대와 영상물 유입 등 민간사회가 나서 북한내 자유화 세력을 일어나게 해야 한다면서, ‘북한인권 기록보존소’ 설치, 대북 인권정책의 제도화 등 정치권의 역할도 함께 제시해준다.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 가치를 무시한 막무가내 통일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부분도 눈여겨볼만 하다. 통일을 통한 남과 북의 만남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가치와 지향점을 갖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인 통일을 하자’는 친북좌파 세력의 주장은 김정일 정권 중심의 통일론이라고 말한다. 남한이 북한 정권과 체제를 포용하면서 두 체제가 공존하는 합의 통일을 이루자는 ‘남북대등통일론’ 역시, 이들이 김정일 독재정권을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는다.

이와 함께 대북포용·평화번영 정책의 대북지원은 남북관계 진전이나 북한의 실질적 변화에 어떤 영향도 끼치고 있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대북지원과 같은 남북협력은 북한의 개혁·개방, 정상국가화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돼야 하며, 이로써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간혹 이상(理想)에 의한 착시현상으로 객관적 사실을 간과하고,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때가 있다. 북한 독재정권에 대한 희망섞인 이상은 폭압정권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을 더더욱 ‘악’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있다.

책은 “악은 무지와 외면 속에서 번창한다”고 말한다. 이제라도 북한 주민들이 독재정권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북한자유선언』은, 그렇기에 북한이 아닌 남한의 국민들에게 보내는 선언이라고 할 것이다.

정수정/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 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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