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기 교류협력 北 개방 어렵게 만든다”

현 시기 적극적인 남북 교류·협력이 북한의 비핵화와 개혁·개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통일연구원(원장 서재진)은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26일 발표한 ‘한반도 통일 비전과 가치’ 연구 보고서에서 “비핵화·개방화를 거부하는 현재의 북한 체제와 적극적 교류·협력을 추진하면 북한의 현상유지를 돕게 되어 비핵화·개방화가 어렵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교류 협력을 명분으로 북한에 유입된 현금이나 자원이 정작 북한 정권의 현상 유지에만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 정부 단독으로 교류협력을 할 수 없다”면서 “특히 북한이 비핵화나 개방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對) 북한 투자가 어렵다는 측면에서 남한이 북한과 적극적인 교류·협력을 하기 어려운 조건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선(先) 비핵화·개방화 이후에 적극적 교류·협력을 추진해야 남북관계가 경제논리에 따라 합리적·정상적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제언했다. 서 원장은 북한의 정책변화 이후 남북 간의 적극적 교류·협력 단계를 거치면 남북 간에 합의 통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발표한 보고서 작성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지하자원과 토지를 비롯해 인적자원, 관광자원을 활용하면 통일비용보다 통일편익이 훨씬 크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통일은 남녀가 결혼하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통일비용은 혼수비용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따라서 통일비용은 통일비용을 투자해 얻게 되는 통일편익을 구체적으로 전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통일이 되면 북한 전 지역이 새로운 자산이 되며 북한 지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이 창출 된다”면서 “북한의 토지, 지하자원 등을 개발하면 통일비용 보다 더 큰 이익이 창출 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일에 대한 투자는 북한 주민들의 소득향상과 산업발전을 가져오고 이는 다시 남한 상품에 대한 구매력 증가로 이어진다”며 “북한투자 과정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북한경제 활성화로 세입이 늘어나면 우리의 통일비용도 감소한다”고 강조했다.


조현태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통일이후 북한지역개발 프로젝트’ 관련 발표에서 “북한에는 300여 종, 잠재가치 6984조 원의 광물자원이 매장되어 있고 당장 산업화가 가능한 유용광물만 140여 종으로 소위 통일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조 연구위원은 “북한 지하자원은 마그네사이트 60억t(2,679조), 갈탄 160억t(2,143조), 석회석 1000억t(1,183조) 등의 순으로 잠재가치가 높다”며 “우리나라가 정한 10대 중점 희유금속에 속하는 텅스텐과 몰리브덴, 망간, 마그네슘 등이 존재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독일과 같이 통일 후 최우선 사업으로 백두산, 금강산, 비무장 지대를 연결하는 관광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북한 평양시를 사회주의 독재체제의 역사관광 도시로 개발하거나, 요덕수용소 같은 곳도 미래세대의 교육목적이나 관광목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통일이 미·중·일·러 등 주변 주요국들에게도 정치·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한반도 통일로 정세불안 요인이 제거돼 중국 경제발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서 “특히 통일 한국과의 경제협력으로 동북3성 개발이 촉진되고 구매력 높은 북한 2700만 명의 새로운 상품시장이 확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보고서는 “중국은 북한 세습 독재정권을 지원함으로써 한민족의 고통을 연장시켰다는 비난에서 해방될 것”이라면서 “독재정권 후원자라는 비난에서 벗어나 초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이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보고서는 “미국은 동북아 지역정세 불안요인과 대량살상무기 확산 위험이 제거되고 민주주의 확산으로 국제적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연해주와 시베리아 개발을 위한 한·러 간의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이용 등으로 외화벌이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