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제도’ 북한 강제노동 실태 파헤친다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가 14일 오후 1시 30분(현지시간) 유엔인권이사회 정기회의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의 강제노동 실태를 조명하는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현대판 노예제도에 해당하는 북한 건설노동 조직 ‘돌격대’와 해외파견 노동자 등 북한 주민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강제노동 실태를 진단하고, 이와 관련한 증언자 및 전문가들을 초청해 책임자 규명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북한 당국은 체제 유지를 위해 북한 주민들을 강제노동 현장으로 내몰고 있으며, 이를 하나의 조직으로 제도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ICNK 측은 “북한에서 자행되는 노동 착취의 조직적 체계를 분석·발표하고, 이러한 반인도범죄에 대한 책임자 규명을 촉구할 것”이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북한의 강제노동에 직접 동원됐던 탈북민들이 증언자로 나서 눈길을 끈다.

김일성청년동맹 산하 청년돌격대에서 8년간 복무한 안수림 씨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현대판 노예제도인 돌격대의 구조와 실태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다. 군대와 같은 조직 구조를 가진 돌격대는 북한의 주요 국가건설사업에 동원되고 있으며, 중앙 돌격대와 지방 돌격대를 합쳐 약 40만 명의 청년들이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고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안 씨의 경우, 1990년 청년돌격대에 입대해 남동-온천 지역의 철도 공사에 동원됐다. 안 씨의 증언에 따르면, 장비가 없어 인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북한의 특성상 안 씨와 돌격대원들은 철길 공사에 쓰이는 침목과 자갈을 생산하기 위해 깊은 산속에서 나무를 베어 옮기고 바위를 깨야 했다고 한다.

나무를 베다 깔려서 죽거나, 목재를 옮기다가 협궤 열차가 전복돼 사망하는 사고가 비일비재하나, 북한 당국에선 애도문 한 장 읽어주는 것 외에는 어떠한 보상도 없다는 게 안 씨의 증언이다. 또 돌격대의 60%는 여성이나, 남녀 간의 직업 강도는 전혀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돌격대의 평균 복무 기간은 군대와 같은 10년인데다 전염병에 걸리지 않는 한 제대는 불가능하다는 게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안 씨 역시 8년의 시간을 돌격대에서 보냈지만, 이후 유일하게 받은 것은 당증 하나였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증언자인 탈북민 김민영(가명) 씨는 북한 인민반을 통해 이뤄지는 강제노동에 대해 밝힐 계획이다. 김 씨에 따르면, 북한에선 매일 아침 거리 청소에 동원되며 지도자(김정은)의 방문이 있을 경우 며칠 동안 도로를 물청소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도로나 철길 공사에 자재가 부족하면 인근 인민반이 동원돼 자재를 제공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가 속했던 인민반이 건물철거 장소에서 자갈을 모으다 건물이 무너져 20여명이 죽고 4, 50명이 다치는 큰 사고가 발생했으나,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인민반은 봄부터 가을까지 모내기와 김매기, 추수 등 각종 농촌동원전투에 동원된다고 한다. 매월 퇴비나 파지, 파철을 국가에 바치고 인근 군부대나 돌격대를 위한 장갑 및 필수품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인 것. 김 씨는 국가에서 요구하면 주민들은 이를 거부할 수 없으며, 도둑질을 하거나 돈으로 때우더라도 무조건 (당의 지시를) 집행해야 한다고 증언했다.

한편 쿠웨이트에 파견됐다가 탈북한 김 모 씨는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의 열악한 실태와 구조, 노동착취에 대해 증언한다. 김 씨는 한 달 수입 900달러 중 겨우 10%만 월급으로 지급 받았으며, 그나마도 식비와 숙소임대비 등을 삭감하면 손에 쥐는 건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김 씨는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들이 본국 송환이 두려워 영상 50도에 가까운 무더위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가 나서 이런 노예노동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호소할 계획이다.

권은경 ICNK 사무국장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와 고문, 처형과 같은 극단적인 인권유린에 대해선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덕에 어느 정도 알려지게 됐다”면서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노동착취와 현대판 노예제도에 가까운 돌격대에 관해선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권 사무국장은 이어 “이러한 노동착취는 북한 당국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시스템에 의해 자행되는 심각한 반인도범죄”라면서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담론을 유엔 외교가에 형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마르주끼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김태훈 대한변협 북한인권 특별위원장, 윤여상 북한인권기록센터 소장 등이 참석, 북한의 강제노동 문제와 관련한 유엔 차원 및 법적 대응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