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 ‘관광객 피살’ 대응 문제 없었나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관련해 현대아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현대아산이 관광객들의 금강산 관광특구 내 통행을 실질적으로 통제하지 못해 언제든지 이번 사고와 유사한 일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2일 현대아산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를 당한 고(故) 박왕자(53.여)씨가 숙박했던 비치호텔 인근과 이곳에서 도보로 10분 떨어진 해금강호텔까지는 금강산 온정각 일대와 함께 관광객들이 24시간 자유 통행이 가능한 곳이다.

이 곳 일대는 녹색펜스로 경계가 처져 있지만 해수욕장 쪽으로는 길이 나 있어 자유롭게 드나들 수가 있다. 해수욕장은 비치호텔과 반대방향으로 북한 측 군사지역과 접해 있다.

해수욕장의 출입시간은 오전 6시에서 오후 11시까지이지만 비치호텔과 해수욕장간 왕래를 통제하는 인원은 없다.

다만 외부용역 인원인 안전관리팀 10여명이 관광특구 내에 폭행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고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격리시켜 경찰에 인계하는 업무를 하면서 야간에 이 일대 순찰을 돌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객들이 언제든지 야간이나 새벽시간대에 비치호텔에 나와 해수욕장을 거쳐 군사지역을 드나들 수가 있는 것이다.

현대아산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출입금지구역을 비롯한 안전수칙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관광객들이 이를 어기고 출입통제지역 밖으로 가는 것을 사실상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박씨와 함께 금강산을 다녀 온 관광객들이 남한으로 돌아와 취재진들에게 “피격 장소인 해안에 가지 말라는 경고를 듣지 못했다”고 밝혀 제대로 안전교육이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이와 함께 현대아산이 사고 발생 후 상황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관광객 피살 사실을 인지하고도 관광객을 북측으로 보낸 것은 현대아산이 이번 사태에 안이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대아산 본사가 현지사무소로부터 사고 소식을 보고 받은 것은 오전 11께. 그러나 현대아산은 오후 3시30분께 남한 측 관광객 302명을 금강산으로 출발시켰다. 또한 금강산에 있는 관광객들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관광일정을 소화하고 오후 4시가 돼서야 사고 소식을 전파했다.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은 이에 대해 이날 “금강산 관광사업이 쉽게 금방 결정해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심사숙고하고 관계 당국과 협의 및 조율을 하는라고 시간이 걸렸다”며 “방침이 정해지자마자 관광객에 사실을 전하고 원할 때 나올 수 있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현대아산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 관련해서 현대아산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가 않다”며 “일단 정부에 사고소식을 보고한 관계로 정부의 방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긴박한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윗선’의 지침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남한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북한에서 이뤄지는 금강산 관광의 경우 언제든지 우발적인 긴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그때마다 정부당국과 협의를 한다고 시간을 보낸다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있는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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