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北 5개항 합의..문제는 없나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17일 공동보도문 형태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비롯한 5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이날 합의된 사항에는 북한의 조치만으로 가능한 남측 인원들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북측지역 체류 제한 철폐뿐만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해 남북 당국간 협의와 합의가 필수적인 사안도 포함돼 정부가 신중한 검토에 들어갔다.

◇ 금강산 관광 재개 = 현대와 아태평화위 측은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이른 시일 안에 재개하고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 관광도 새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1998년에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지난해 7월 11일 우리 관광객인 고(故) 박왕자(여) 씨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단됐다.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 북측에 사건의 진상규명, 재발방지 및 신변안전 확약 등을 요구하며 관광을 중단시켰고 북측은 이로부터 1년여가 지난 이날 정부의 요구에 대해 나름의 답변을 전했다.

아태평화위가 공동보도문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취해주신 특별조치에 따라 관광에 필요한 모든 편의와 안전이 철저히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고 현 회장도 성명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앞으로 절대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한 것.

그러나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민간 차원의 공동보도문보다는 당국간 협의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정부는 이를 신중하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가 민간 차원에서 합의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로서는 국제적인 대북 제재국면에서 우리 정부만 북한에 현금을 고스란히 건네주는 관광사업을 재개하는 데서 오는 문제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또 북측이 이런 우리 정부의 고민을 미리 읽고 이번 합의를 ‘사업자’인 현대측에 해줬을 가능성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는 달리 북측의 의도가 순수한 것으로 확인되고 남북관계에 대한 전향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금강산 관광은 쉽게 재개될 수도 있어 보인다.

◇ ‘12.1 조치’ 해제 = 양측은 또 남측 인원들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과 북측지역 체류를 원상대로 회복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모든 남북 간 교류협력과 경제거래 목적의 인원 통행(육로) 제한, 남북 육로통행 시간대와 인원수 축소, 개성공단 상주인원 감축 등을 골자로 하는 북측의 ‘12.1 조치’를 8개월여 만에 사실상 해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일단 개성공단 활성화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12.1 조치에 따라 공식적으로 폐쇄된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가 이번 현대와 북측간 합의로 다시 문을 열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는 지난해 3월 말 북측의 요구로 사실상 폐쇄됐던 것”이라며 “현대와 북한 아태평화위의 합의로 일단 12.1 조치가 사실상 해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12.1 조치가 해제됐다고 해서 북한 내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는 130여 일간 억류됐다가 최근 석방된 유성진 씨 문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 개성관광 재개 = 금강산 관광이 남측의 조치로 중단됐다면 개성 관광은 북측의 12.1 조치로 중단됐다.

현대와 북측은 공동보도문에서 곧 개성 관광을 재개하고 개성공업지구 사업도 활성화해 나가기로 했다.

개성 관광은 금강산보다 재개하기가 훨씬 쉽다는 게 당국 및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단의 원인이 됐던 12.1 조치가 이번 합의로 해제됐을뿐만 아니라 금강산보다 거리가 가까워 숙박이 없는 당일 코스이기 때문이다.

상품을 팔고 안내하는 등의 일은 북한 쪽에서 하고 현대아산은 최소한의 운용만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쪽의 승인만 있으면 당장에라도 가용 인력을 투입해 시행할 수 있다는 게 현대아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다만, 개성관광 역시 어디로 전용될지 모르는 현금을 북측에 건네는 사업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대북소식통들은 개성관광 재개뿐만 아니라 개성공업지구 사업 활성화 합의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대폭 인상을 요구한 개성공단 임금 및 토지임대료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합의 이후 중단된 개성공단 관련 회담이 재개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천 대변인은 이와 관련, “현재 회담이 개최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개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검토를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백두산 관광 개시 = 현대와 아태평화위는 현대의 준비사업이 추진되는 데 따라 백두산 관광사업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는 백두산 관광은 2007년 11월2일 현 회장이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합의를 봤으나 이후 현지 삼지연 공항 시설 공사의 차질과 항공 협정 미비 등으로 제대로 진척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금강산 관광 중단의 여파로 백두산 관광에 대한 후속 논의도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백두산 관광이 조기에 성사되려면 삼지연 공항의 공사가 빨리 끝나야 하고 항공 협정 체결을 위한 남북 간 협상도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먼저 우리 정부가 취항을 승인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삼지연 공항이 항공 협정상의 규정을 갖춰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백두산 관광길을 열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삼지연 공항에 대한 답사 작업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관광이 이뤄지면 평양 연계 관광 등 다양한 상품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항공편 미비에 따른 상대적 고비용을 비롯한 걸림돌이 적지 않아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 이산가족 상봉 진행 = 2007년 말 이후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 진행은 현대와 북측이 이번에 합의한 5개 사항 중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2월 출범 이후 인도적 지원 문제를 중시해 온 정부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이산가족 상봉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보도문 또한 ‘올해 추석에 금강산에서’라는 시간과 장소를 제시함으로써 5개 사항 중 가장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실제 이에 대해 적극적인 제스처를 보였다.

천해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동보도문 내용 중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 정부는 남북적십자회담이 이른 시일 내에 개최돼 추석 이전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그동안 남북 간에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개최한 경험과 관례가 있다”며 한 달 반 정도 남은 추석까지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산가족이 상봉이 이뤄진다면 정부가 지난해 7월 12일 북한 금강산관광특구인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에 완공한 금강산면회소가 처음으로 이용될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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