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北합의’ 대북 제재공조 변수될까

현정은 현대회장과 북한 간 5개항의 합의 사안 중 금강산.개성관광 재개와 백두산관광, 개성공단 활성화 문제가 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공조 전선에 미묘한 기류를 드리우고 있다.

아직 당국간 협의를 거치지 않은 미완의 합의이지만 그 성사여부와 추진방향에 따라 제재의 강도와 폭, 그리고 관련국 간의 공조망이 일정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관측이다.

지난 6월 유엔 안보리 1874호 결의로 시동이 걸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조치는 현재 ‘결의단계’를 넘어서 이행단계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 미국의 조선광선은행 독자제재, 인도의 북한선박 나포.검색, 홍콩의 `조선펀드’ 조사 등이 이어지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그물망이 촘촘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제재의 효과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한.미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효과가 확실하다” “이대로 가면 (북한이)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돌출한 현대와 북측 아태평화위원회의 합의는 국제사회의 제재강화 움직임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라는 게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민간 차원의 합의라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의 공조망 속 수세에 몰린 북한에 `숨통’을 열어주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18일 “엑셀을 밟다가 느닷없이 사이드 브레이크를 거는 형국 같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정부 주변에서는 이번 합의가 유엔 1874호 결의의 취지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마저 야기되고 있다.

물론 1874호 결의가 인도주의ㆍ개발 목적을 예외로 규정하고 민간 차원의 정상적 상거래 행위를 직접 규율하고 있지는 않아 이번 사업은 안보리 결의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선의의 유권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안보리 결의의 기본취지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달러박스’ 차단에 주안점을 두고 있고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역시 순수 민간사업으로 보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에 유입되는 현금 줄을 차단함으로써 핵 및 WMD 개발을 차단하겠다는 게 안보리 결의의 전체적인 취지”라며 “이런 측면에서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가 유엔 대북제재의 목적과 어긋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현 대북제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시각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에도 제재의 고삐를 조이며 `물샐틈없는’ 공조를 외쳐온 미국이 이번 합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이번 사업과 제재흐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단 두 사업의 특수성과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이번 합의에 대해 원칙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을 표시했지만 내심으로는 마뜩찮아 하는 표정도 읽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국무부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17일 정례브리핑에서 현대와 북한간 합의내용에 대해 “명백히 이는 환영할 조치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런 주변적 조치들(marginal steps)은 본질적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이 비핵화라는 본질적 문제를 회피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흐름을 늦추려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시각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오는 23일 미국 제재전담반의 방한은 이번 합의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제재공조의 향방을 가늠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대북제재 전담반을 이끄는 필립 골드버그 조정관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의 운영과 거래의 투명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골그버그 조정관은 17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와 아태위의 합의에 대해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지금 미국와 한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골드버그 조정관이 그 문제는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번 합의를 제재흐름과 연계해 면밀히 검토하지 않을 경우 자칫 한.미간 보폭이 맞지 않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내에서는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개성공단의 임금과 금강산 관광대가의 지급방식에 대해 일정한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개성공단의 경우 북한 당국이 아닌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나 금강산 관광의 경우 현금이 아닌 현물을 지급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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