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절실한 북한, 관광재개 공세 다음 카드는?

북한이 연일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촉구하는 대남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간 협상이 개시됐지만 정부가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선결조건으로 제시하자 이에 반발, 남한에 협상결렬의 책임을 덧씌워 공세를 펴는 중이다. 


북한으로선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로 남북간 화해분위기를 연출, 국제사회에 ‘북한=불량국가’라는 이미지가 재고될 수 있고, 한편으론 화폐개혁과 시장통제로 국가재정 확충이 절실한 상황에서 확실한 ‘현금창구’로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이 지난달 8일 열린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실무회담을 먼저 제의한 이유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진상규명 ▲재발방지 ▲신변안전보장 제도 마련 등을 관광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하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자, 각종 매체와 친북단체 등을 동원해 공세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공세에도 불구하고 관광재개 여부는 우리 정부가 키(Key)를 쥐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는 북측의 태도변화가 선행되지 않는 한 관광중단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미 선(先) 신변보장 후(後) 관광재개에 대한 공감대도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어 관광중단 장기화에 따른 부담도 없다. 당장 ‘현금’이 급한 북한과 달리 아쉬울 게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북한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직후 관광이 중단되는 10년 동안 5억 달러 가량의 현금을 챙겼고, 개성관광 역시 수천만 달러의 현금 창구였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후 줄곧 대남 공세정책을 취해왔던 북한이 먼저 관광재개 목소리를 높이는 중요한 이유다.


최근 북한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대변인 담화와 각종 매체를 동원해 “남측 당국이 관광길을 막을 경우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관광사업과 관련한 모든 합의와 계약 파기’ ‘남측 부동산 동결’ 등의 엄포를 가한 것도 이같은 북한의 사정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17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관광재개 사업을 계속 거부해 나선다면 그로부터 초래되는 후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전문가들도 최근 북한이 ‘대화’와 ‘압박’을 병행해 관광재개 공세를 취하는 것은 다급한 경제사정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정광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대화를 시도했다가 의도대로 안 풀리면 협박하는 식의 전술이 이명박 정부에선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 알면서도 과거 패턴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북한의 경제 사정이 다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북한은 관광개재 문제를 현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 변화의 시금석으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관광을 통한 금전적 이익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정부는 관광재개 문제에 대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이상 북측과의 추가적인 논의도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 측의 입장은 전달됐다”며 “이제 북측이 답해야 할 때”라면서 진전이 없는 대화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때문에 북한이 언급하고 있는 ‘특단의 조치’의 실행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향후 관광재개 협상국면을 좌우할 중요변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실행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은 반응은 엇갈렸다. 


정 연구위원은 “추가적으로 위협 수위를 높여 올 수 있으나 남북교류 전면중단 등 우리 정부를 자극할만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동 팀장은 “북한은 우선 정부의 태도를 지켜본 후 단계적 조치를 해 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금강산 지역의 체류 중인 현대아산측 직원에 대한 추방조치 등이 조치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남북이 관광재개 문제에 입장차를 좁히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민간차원의 교류행사가 중요 변수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남북 민간단체들은 5·1 노동절 공동행사와 6·15공동선언 10주년 공동행사를 합의한 상황이다.


공동행사가 성사되면 민간교류, 대북지원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남북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관광재개의 중요 변수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