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거부 舊당권파, 그들만의 당 만들겠지만…

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가 10일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지난 4·11 총선 비례대표 부정선거로 드러난 구(舊)당권파의 비민주적 행태와 패권주의 등에 대한 당 혁신은 이뤄지지 못하고 일단락됐다. 


신(新)당권파 핵심 의원들과 당원들이 대거 탈당하고 있지만 구당권파들은 그들만의 당 복원을 준비하고 있다. 구 민주노동당의 부활이란 얘기도 나온다. 신당권파 측은 분당(分黨) 수순을 밟고 있다.


통진당은 신당권파 측 비례 의원 4명이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제명됐고, 심상정, 노회찬, 강동원 의원이 조만간 탈당을 선언할 것으로 보여 과거 민노당 내 주류였던 경기동부연합과 부산·울산·경남연합만 남게 됐다. 지난해 12월 민노당, 진보신당 탈당파, 국민참여당계 3개 정파가 통합한 통진당은 이로써 9개월 만에 ‘도로 민노당’이 되는 셈이다.


강 전 대표가 사퇴하자마자 구당권파는 민병렬 대표직무대행 체제로 신속하게 전환하면서 당 정비에 나서고 있다. 민 대행은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분당사태에 대한 사죄의 뜻을 전한다”며 “긴급 당 대회를 통해 당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구당권파는 오는 16일 긴급 당 대회를 소집해 무너진 당적 체계와 내부분란을 일단락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조직체계를 새롭게 정비하고, 당내 갈등을 치유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지지세력 이탈과 국민적 비난여론으로 당분간 구당권파가 장악한 통진당은 정치권에서 미미(微微)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 통진당의 존재감은 거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시민사회 진보진영 역시 비민주·종북세력이란 이미지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구당권파와 야권단일화를 논하기에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 때문에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이번 대선에서 신당권파 중심의 새로운 진보정당과 함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구당권파는 독자적으로 이정희 전 대표를 대선후보로 내세워 야권에서 일정정도의 지분을 차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여론조사 조작사건으로 보좌관 등이 구속돼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고 지난 5월 중앙위 폭력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이 전 대표의 대선출마는 국민적 비판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진보정치의 원로격인 권영길·천영세 전 민노당 대표 등이 탈당을 선언하면서 일반 당원들의 ‘탈당 도미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구당권파가 당내 문제를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세력 이탈로 통진당 조직은 더욱 쇠퇴할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은 지난 총선에서 13명의 의원을 당선시키면서 제3당이 됐다. 하지만 신당권파 의원 7명이 이탈해 구당권파는 의원 6명으로 앞으로 분당으로 새롭게 만들어질 진보정당보다 의원수가 적은 군소정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허현준 남북청년행동 사무처장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진보진영 시민사회나 야당이 구당권파와 대선을 앞두고 연대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당분간은 통진당의 존재감은 현저히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신당권파가 반미와 북한에 대한 전략적 노선을 수정하자고 제안한 쇄신안은 구당권파로서는 타협할 수 없는 문제라고 본 것 같다”면서 “분당 이후 이석기가 통진당 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갈 것인지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