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수도’ 평양시 군인들도 ‘대포폰’으로 장사한다”

진행 : 평양시 군인들이 본인 명의의 손전화(핸드폰)가 아닌 다른 사람이 사용했던 이른바 ‘대포폰’을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전해졌습니다. 군대 내에서는 손전화 사용을 엄금하고 있지만, 이들은 장사활동을 위해 대포폰 사용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건데요. 설송아 기자의 보도입니다.

‘혁명의 수도’ 평양시 수호라는 막중한 임무를 받은 군인들. 하지만 뒤에서는 비법(불법)적인 대포폰 사용을 즐깁니다. 간부·돈주(신흥부유층) 자녀들이 즐겨 사용하는 대포폰이 이제는 군인들의 장사수단으로까지 변질된 겁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군사복무기간 하전사(병사 및 부사관)들은 손전화를 사용할 수 없지만,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우편으로) 보내면서 일반화되기 시작했다”면서 “당(黨)을 보위한다는 평양 군인들도 지금은 부모에게 송금을 부탁해서 구매하곤 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군인들의 손전화 사용은 이미 신기한 일도 아니다. 돈벌이가 좋은 국경지역과 평양시 군인들을 중심으로 사용 빈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면서 “장사 상대방 혹은 부모가 통화비용을 대신 내주기 때문에 사용에도 문제가 별로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에서 손전화 가입을 신청하려면 해당지역 보위부, 보안성의 까다로운 승인절차를 거쳐야 했습니다. 최종 체신성(우체국)의 신청허가까지 받으려면 빠르면 한 달이 걸리기도 했지만, 북한 당국은 최근 복잡한 절차를 단축했습니다. 손전화 판매를 늘리기 위해 공민증(신분증)만 제시하면 즉시 구입이 가능하도록 한 겁니다.

다만 군인들은 여기에서 제외됩니다. 따라서 손전화 가입 과정에서 가난한 주민들의 공민증이 군인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된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거간꾼(중개인)들은 명의 대용으로 쌀 10키로(kg) 정도를 주고 공민증을 빌려 손전화와 카드번호를 발급받은 다음, 군인들에게 돈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는 이어 “평양 건설부대 군인들은 아예 장사로 돈을 벌어 손전화를 구매하는 방식을 택한다”며 “공민증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부대 지역 주민과 짜고 손전화를 구매해서 함께 장사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손전화를 확보한 군인들은 타 지역에 장사 품목을 주문하고 열차로 받는 중개인 역할로 돈을 벌고 있는 겁니다. 또한 특히 함께 복무하는 군인들의 부모들과 전화로 연결해 송금을 처리해 주면서 수수료를 챙기는 장사수완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돈맛에 익숙해진 내륙지방 군인들도 지금은 국경경비대 못지않게 시장활동으로 돈벌이하면서 제대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최근 북한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식과 사건을 면밀하게 검토해 보면 인민군의 기강이 많이 약해져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부족한 식량 문제와 그에 따른 부정부패로 상급 간부의 처벌을 노리고 탈영을 감행하는 사례도 포착된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 : “北병사, 김일성 생일 前 상급 간부 처벌 노리고 탈영 감행” )

또한 북한군의 처우가 갈수록 열악해 지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군에 대한 선호도가 지속 하락되고 있습니다. 특히 시장화에 적극 편승해 장사활동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장마당 세대’들을 중심으로 군에 대한 흥미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최근 입대하는 군인들은 주로 90년대 태어난 아이들이라서 배급은 모르고 오로지 시장을 통해 삶을 꾸려왔다”면서 “학교에서도 장사를 활발하게 벌이던 아이들이 군대에 가서도 돈의 유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여기에서 상급 간부들도 단속을 하는 게 아니라 뒤를 봐주는 경우가 많다”면서 “돈과 연관된 관계로 얽혀 있다가 관계가 틀어지면서 탈영이나 살해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설송아 기자
북한 경제 IT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