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는 北ㆍ中접촉

박봉주 북한 내각총리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23일 접촉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친서전달 여부는 물론 중국의 대북 압박 강도를 놓고도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친서 전달 문제는 북핵 6자회담이 중단 상태인 만큼 박 총리의 방중 소식이 알려질 때부터 관심사로 떠올랐던 부분이다.

하지만 이날 박 총리가 후 주석에게 전한 것을 놓고 친서가 건네졌다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은 물론 중국 외교부를 통해서도 정확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에 대해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호금도(후진타오) 동지에게 보내시는 인사를 전했다”면서 단순히 인사라는 표현을 썼다.

이에 후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인사를 전해달라고 박 총리에게 부탁했다고 중앙통신은 보도했다.

또 이 면담에 대한 중국 신화통신의 보도를 봐도 친서라는 표현은 찾을 수 없다.

특히 중앙통신의 보도관행상 인사와 친서, 구두친서를 엄격히 구분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박 총리가 전한 것이 친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인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예컨대 작년 9월 방북한 리창춘(李長春) 공산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은 후 주석의 친서라고 분명히 밝혔고 지난달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전한 것은 구두친서라고 명확하게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의 비중이나 6자회담 상황을 고려할 때 친서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양측이 의도적으로 친서전달 자체를 비밀에 붙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논의내용을 놓고도 관측이 엇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후 주석이 박 총리에게 6자회담에 참가할 것을 강하게 압박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북핵문제에 대한 양측의 원칙적인 입장을 교환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관측도 있다.

신화통신이나 중앙통신의 보도내용은 면담 분위기가 우호적이었음을 부각했다.

중앙통신이 전한 내용만 봐도 후 주석은 “두 나라는 산과 강이 잇닿아 있는 인방(隣邦)이며 당과 정부, 인민 사이에 두터운 친선의 정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양국 친선관계를 중시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중국 당과 정부의 일관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우호적 관측은 이번 방중이 투자협정 체결과 산업현장 시찰 등 경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번 면담도 박 총리와 후 주석 외에 수행원들이 다수 배석한 것을 봐도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상황에 근거하고 있다.

게다가 이날 면담은 회담이 아니라 의례방문(예방)이었다고 중앙통신은 보도했다. 즉, 핵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거나 6자회담 복귀를 강도높게 주문할 자리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친서보다는 경제협력과 핵 문제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러나 북ㆍ중 관계를 비롯한 여러가지 정황을 감안할 때 후 주석이 6자회담과 관련해 박 총리를 통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