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배’만 부른 경제

‘뭐라도 내다팔아야 살 수 있다’, ‘제 손만 믿고 살아라’, ‘핵이 밥먹여 주나’….

최근 북한의 경제는 공개되는 지표로만 본다면 양호한 편이지만 실제 주민들이 느끼는 경제는 바닥으로 떨어진 가운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흉흉한 말들이 떠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질적인 식량난에다 핵사태 이후 외부 지원마저 끊긴 상황에서 핵포기와 경제지원을 맞바꾸지 않는 한 경제난의 악순환 구조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해 공동사설을 통해 ‘경제건설 집중’ 의지를 밝힌데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연초 중국 방문으로 경제전반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으나 ‘핵 여진’으로 오히려 허리띠를 더 졸라맨 채 한해가 마무리 되고 있다.

◆허울뿐인 플러스 성장 = 북한 경제는 농업 생산량 증가, 상거래 활성화, 대외원조 등에 힘입어 경제 지표상으로는 플러스 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1989년까지 플러스를 유지하다 1990∼98년에 마이너스를 나타낸 뒤 1999년 6.2%, 2000년 1.3%, 2001년 3.7%, 2002년 1.2%, 2003년 1.8%, 2004년 2.2% 등으로 플러스를 유지했다.

북한의 작년 성장률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2004년 보다는 낫고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어서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성장률은 1∼2%대에 불과해 플러스 성장으로 인해 실제로 경제사정이 나아지는 혜택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으로 이어진 일련의 사태에서 비롯된 해외계좌 동결, 원조 중단.감소, 수출입 통제 등은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내년부터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민 체감 경제는 ‘바닥’ = 북한 주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경제상황은 지표상 성장과는 달리 ‘바닥권’을 맴돌고 있다고 북한 소식통들이 전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옥죄고 있는 것은 국가 배급체제가 사실상 마비상태인 상황에서 물가까지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에서 일정한 공급량을 정한 뒤 주민들이 가까운 상점에서 시장가격보다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식량 배급은 국제 원조물자를 나눠주는 기능으로 명목을 유지해왔으나 최근에는 이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시장에서 부족한 식량과 필요한 물품을 사들여야 하는 실정이지만 만성적인 공급부족에다 수해 등이 겹친 여파로 쌀을 비롯한 생필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이 발행한 북한소식지는 “수해피해가 심했던 평안남도 양덕.신양군의 식량 배급이 지난달 결국 끊겼다”면서 “이 지역에서는 수해 이후 국가적인 식량 지원과 한국의 지원으로 식량가격이
㎏당 750원대를 넘지 않았으나 지원이 중단된 현재는 850원선을 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량강도 주민들은 쌀이나 옥수수로 배급을 받다가 최근에는 감자로 대신 받고 있어 감자가 주식이 되다시피하는 등 주민들은 더 이상 국가에 자신의 생계를 맡기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너도나도 ‘시장으로 시장으로’ = 생활고가 갈수록 심해지자 주민들은 너도나도 ‘연명’을 위해 시장으로 나서고 있다.

2002년 7.1경제관리개선조치가 상거래 활성화를 이끌어 북한의 경제 성장에 일정부분 기여했지만 북한 당국이 추후조치에 적극 나서지 않아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생계형 자생 시장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는 것.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부족한 주민들은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물건은 무엇이든지 팔아서 필요한 생필품을 사거나 중국 등에서 몰래 들여온 물건들을 되팔아 이문을 남기는 방식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주민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북한에서는 지금 시장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시장이 늘고 있다”면서 “당국은 주민들의 시장 유입을 비사회주의적 일탈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고 탈북자들의 전언을 소개했다.

◆산업생산도 ‘흔들’..핵해결 통한 회생나서야 =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공장 가동 등 국가 산업생산 기반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내 기관들은 북한의 전력, 조선, 화학섬유, 방직산업 등의 기술수준은 남한의 1960년대 후반 정도로 35년이나 뒤떨어져 있고 생산능력도 기초소재 분야인 철강과 석유화학이 각각 남한의 11%와 1%에 불과한 등 턱없이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그나마도 만성적인 전력난과 취약한 물류체계는 물론 최근에는 식량난으로 인한 공장 노동자들의 이탈도 잦아지며 공장 가동이 어려워지는 등 산업생산 기반 자체가 맥을 못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회복 지연을 초래하고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점점 고갈돼 가는 상황으로 이어지며 국가적 생산력이 더욱 약화되고 있어 핵문제 해결을 통한 경제회생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력, 운송, 원자재 등 어려움으로 북한의 올해 상반기 산업생산 실적이 작년 동기에 비해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고 북핵사태 여파로 내년에는 훨씬 더 어려워 질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해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경제를 회생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도 “북한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자본과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북핵문제 해결과 함께 단계적인 개혁.개방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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