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바퀴 도는 6자회담 ‘솔로몬 해법’ 없나

북핵 6자회담이 5차 2단계 협상에 이르기까지 계속 헛바퀴만 도는 이유는 뭘까.

북미간에 쌓이고 쌓인 깊은 불신이 근본원인이다. 북한의 미사일-핵 실험이후 큰 기대감속에 13개월만에 재개된 이번 회담이 또다시 접점을 찾지 못하고 결렬된 것도 양국간 불신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불신이 또다른 불신을 낳듯 북미간은 이번 회담 과정에서도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상대방의 ‘노림수’가 뭘까에만 신경을 곤두세웠던게 사실이다.

북한은 회담 초반부터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에 관한 분명한 증표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초지일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동결계좌 해제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 핵폐기 의사는 애당초 없었던게 아니냐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 北美 시각차 뚜렷 = 북미는 대북 금융제재와 핵폐기 해법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미국은 “북한이 원하던 내용을 대부분 반영한 핵폐기 해법을 제시했음에도 북측이 이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로지 BDA 문제에만 매달렸다”고 비난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불신은 자국의 우호적 제안에 북측이 곧바로 핵폐기 초기이행조치에 나서겠다는게 아니라 ‘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인데 있다.

워싱턴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23일 “북한은 가령 미국이 BDA 문제를 해결해주면 곧바로 핵폐기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은 BDA 문제가 당연히 먼저 해결돼야 하며 그런 후에야 핵폐기를 이행이 아닌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서 “미국이 계속 핵폐기를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부시 행정부는 설사 BDA 문제에 숨통을 틔워준다 해도 북한이 당장 핵폐기에 나설지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BDA 문제를 덜컥 해결해준 뒤 북한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면서 핵협상을 회피할 경우 대북 통제및 협상카드를 완전 상실, 북한의 의도대로 질질 끌려다닐 수 밖에 없게 된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미 국제관계센터 국제문제 이사인 존 페퍼도 이날 AFP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제 핵협상 카드를 쥐고 있는 만큼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른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미국은 이제 웬만한 북한의 전술.전략을 훤히 꿰고 있다”면서 “북한이 BDA 문제만 언급한 것을 핵포기 의사가 없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북한은 미국이 겉으로는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는 척 하면서도 실제론 대북 적대시정책을 접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힐 차관보가 핵포기 상응조치를 제안하면서 ‘워싱턴 수뇌부의 뜻’이라고까지 했지만 여기엔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 있다”고 북한측이 지적한 것은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이를테면 대북 적대시정책의 상징으로 간주하는 BDA 문제 해결에 대해 힐 차관보가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것은 북한의 핵무장 해제만 꾀해놓고 북한을 협박하려는 술책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회담 기간에 북한당국의 의중을 정확하게 반영해온 조총련계 신문 ‘조선신보’가 “북측은 아마 최고 영도자가 비핵화 결단을 이미 내렸을 테지만 여기에 상응한 미국의 결단이 명백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에서도 이런 기류가 강하게 묻어난다.

조선신보는 나아가 “금융제재 해제조치없이 조선의 핵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것은 미국의 목표가 조선의 일방적인 핵포기에 있다는 데 대한 반증자료”라고 부연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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