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北종교 자유…크리스마스 이브 김씨 일가 기념일

2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다음과 같이 시작되는 흥미로운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산타 할아버지가 올해 북한에 들른다면 전구 빛으로 반짝이는 트리를 보고 캐럴송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뭔가 아쉽다고 느낄 것이다. 북한에서 크리스마스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힌트조차 찾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12월 24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까. 과거와 달리 북한, 특히 평양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다. 북한에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고급 레스토랑이나 식당에서는 반짝거리는 트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크리스마스트리에는 그 어떤 종교적 의미가 들어 있지는 않다. ‘장식품’,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아닌 것이다.

탈북민들에 따르면 12월 24, 25일은 북한 주민들에게 김씨 일가의 기념일로 각인돼 있다. 특히 24일은 김정숙(김일성의 부인이자 김정일의 생모)의 생일을 맞아 북한 전역은 ‘기념보고대회’를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고 한다.

또한 12월 24일은 김정은과도 인연이 깊은 날이다. 김정은은 2006년 12월 24일 김일성 군사종합대학을 졸업(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했으며, 김정일이 김정은 후계를 결심한 것도 이날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개인의 종교 행위가 금지된 북한에서 주민들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은 ‘2016 북한이해’를 통해 “북한은 헌법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진정한 의미의 종교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체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김씨 일가’의 신격화를 위해 종교가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 북한 당국이 반종교정책을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제사회는 2001년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 우려국’으로 지정, 북한 당국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용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기도 했다.

북한은 형식적으로나마 종교 관련 헌법 조문을 바꾸는 등의 모습을 통해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북한 헌법은 “공민은 신앙의 자유를 가진다. 이 권리는 종교건물을 짓거나 종교의식 같은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보장한다”면서도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사회질서를 해치는 데 리용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아놨다. 또한 기독교 등을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됐다는 탈북민들의 증언을 종합했을 때 북한에 진정한 의미의 ‘신앙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북한이 처음부터 종교에 대한 박해가 심했던 것은 아니었다. 과거 김일성이 집권하기 전 평양은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기독교가 번창한 곳으로 꼽히기도 했었다. 심지어 김일성 집안도 매우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김일성의 생모인 강반석은 교회 집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1950년대 후반 천도교 청우당원, 기독교인, 불교신자 등 종교인들을 적대계층으로 분류하고 이들에게 차별과 박해를 가하기 시작했다. 종교인들은 산골 오지의 농장이나 광산으로 추방돼 열악한 환경 하에서 강제노동에 투입됐고, “종교는 아편”(1972년 발행 김일성저작선집)으로 규정돼 결국 북한에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유일신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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