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8년, 이제는 실패 인정할 때 됐다”

▲ 15일 대북정책을 주제로 서강대에서 열린 토론회 ⓒ데일리NK

“햇볕정책을 펴지 않으면 북한이 아예 돌아서지 않을까요?”
“일본 사례에서 보듯이 원칙적 태도를 포함한 다양한 접근이 병행돼야 합니다”

15일 저녁 서강대 다산관에서는 대북정책의 방향을 두고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과 대학생들간의 열띤 토론이 오갔다.

<북한인권학생연대>가 ‘올바른 대북정책의 방향을 주제로 마련한 강연회에서 홍 위원장은 “햇볕정책이 DJ정부 시절부터 8년이 넘어가며 꽤 오랫동안 추진되었기 때문에 이제 평가도 가능한 시점에 왔다”면서 “아무리 후하게 줘도 C학점 이상 주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햇볕정책을 처음 추진할 때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만 해소해주면 김정일이 개혁개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제를 설정했는데, 이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전제가 잘못됐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수정할 수 있는 개방성도 가져야 하는데, 오히려 이 문제를 정치적 논란거리로 바꿔서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일이 변할 것이라는 전제가 잘못

그는 “햇볕정책의 출발 자체는 실용적이었고, 이념적으로도 중도로 볼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김정일을 두둔해야 하는 방향까지 오게 됐다”며 “정치 안정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김정일 체제에 대한 심각한 무지가 이런 결과를 낳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이상 기존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곤란하다”며 “한 국가의 정책이 이렇게 하나의 가설로 움직여서는 안되고, 북한의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하는 다양한 카드를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목표 자체가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유도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과연 김정일 정권이 개혁ㆍ개방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 처음 연안을 중심으로 몇 개 도시를 개방해 그 영향을 다른 지역으로까지 퍼져나가게 했다”며 “그러나 북한은 주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해당 지역을 꽁꽁 묶어 놓은 상태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권세력, 대북정책 스스로 되돌리기 힘들어

이어 “개혁개방의 본래 취지는 외국 자본이 매력을 갖고 찾아오게 만들고, 현지인들의 고용을 통해 내부 경제를 활성화 시키자는 것인데 북한의 경우 이런 방향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강연이 끝난 후 이화여대 김지인(통계학 4년) 양이 “그렇다면 정책입안자들을 설득해 지금의 대북정책을 수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홍 위원장은 “이제는 햇볕정책이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상징처럼 되어버려서 달리 생각하는 것 자체가 수용이 안 되는 상태이고, 북한의 현실을 알면서도 시인하기가 어려운 시점”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대학생들 스스로가 옳은 대북관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화여대 허현미(영문학 4년) 양이“그나마 이런 햇볕정책을 펴지 않으면, 북한이 아예 돌아서서 남북관계가 경색되지는 않을까”라고 질문하자, 홍 위워장은 “일본의 경우도 원칙적 접근을 통해 납북자 문제에 대한 사과까지 받아낸 만큼, 한국 정부도 일방적인 화해정책 뿐 아니라 다양한 대응책을 절도있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