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아니면 북한 개혁개방 했을 것”

▲유세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장 ⓒ데일리NK

‘악의 축’과는 협상할 수 없다며 대북압박 정책을 취해온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작년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대북 유화정책으로 방향을 급선회함에 따라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한발 더 나가 북한이 ‘2∙13 합의’를 통해 개혁개방의 첫걸음을 땠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일 정권이 아직 핵 포기 결단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체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는 때가 이르다는 반론도 있다. 김정일은 대내외적 체제 생존을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하다.

30년 가까이 중국과 구소련, 동북아 지역의 문제를 연구해온 유세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신임이사장도 북핵 폐기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2.13 합의’에 대한 맹신이나 성급한 기대는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유 이사장은 28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반세기 동안 북한이 보여온 모습, 특히 1990년대 중반 북핵위기 당시 북한이 보여준 행태를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만든 이유를 알면 답은 쉽게 나온다고 했다. 북한이 체제 수호를 위해 핵을 만들었기 때문에 절대 포기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와 같이 초기조치 합의만으로 일희일비하면 과거와 같은 우를 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수십년간 사회주의 국가를 연구해온 노학자의 고언이다.

유 이사장은 한국공산권연구협의회 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중‧소문제 전문가로 활약해왔다. 4·19혁명에 참여해 한국 민주화의 씨앗을 뿌렸던 그가 지난해 12월부터 북한의 인권개선과 민주화를 위해 활동해온 ‘북한민주화네트워크’의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한양대 부총장까지 역임했던 그가 NGO 이사장이란 고행길을 택한 것은 단 한 가지. 남은 인생을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공산권 국가를 연구해온 학자로서 지식인으로서 걸어야할 마지막 책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은 그가 참여정부를 향해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햇볕정책으로 인해 북한의 개혁개방이 오히려 늦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햇볕정책이 북한 김정일 독재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데 일정하게 복무해 결국에는 경직된 북한이 되고 말았다”고 성토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을 선택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김정일은 개혁개방이 돼 외부 세계의 정보 유입 등 자유화와 시장화 바람이 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일이 체제 변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개혁개방을 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북한의 개혁개방으로 유도하지 못한 햇볕정책은 실패한 것”이라면서 “북한의 변화를 원한다면 현재와 같은 대북정책은 대폭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바른 대북정책에 대해 “한국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내버려두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이는 북한 스스로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서는 대화나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상호주의 원칙을 확실히 세워야 대북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남한에게 신뢰감을 주지 않고 변화하지 않으면 남한이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국내 정치세력들이 대북정책을 국내정치에 이용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대북정책을 국내정치에 이용하려 한다”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면 필히 대북정책은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 여당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김정일을 정상회담에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필요이상의 양보를 하게 되고 북한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되면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남한의 안보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해 유 이사장은 내달부터 6차례에 걸쳐 정부의 대북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올바른 대북정책 모색을 위해 ‘북한전략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유 이사장은 “국민들이 북한의 핵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며, 심지어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북핵 불감증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정부의 잘못된 대북관에서 비롯된 햇볕정책 때문”이라고 북한전략포럼 개최 취지를 밝혔다.

유 이사장은 한양대 중소문제연구소장, 한국정치학회 회장, 한국공산권연구협의회 회장을 역임했고 통일원(현 통일부), 외교부, 대외정책경제연구원 자문위원,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이사 등 중소문제 전문가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2004년 한양대 부총장을 퇴임하고 뉴라이트 계열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맡아 2년여 동안 이끌었다. 이어 지난해 12월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신임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장을 맡게 된 동기는?

그동안 중러문제를 연구해온 학자로서 북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조선(북한)공산주의 운동과 북한에서의 농민운동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이후 동북아 국제관계, 중국과 구소련에 대한 연구를 22년 정도했다. 중러 사회주의 국가를 연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귀결점은 북한이 됐다. 북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비롯해 현실과 접목시키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이러면서 북한의 문제는 현실과 괴리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북한의 현실은 심각하다. 어떻게 보면 남한이 폭탄을 짊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형상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은 북한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특히 탈북자 만명시대가 도래했지만 국민들의 무관심은 여전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꼈다. 북한 상황에 대해 국민들에게 체계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

또한 국내에는 다수의 NGO들이 있지만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NGO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NGO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으며 정부의 외곽단체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NGO들의 모습에 비판의식을 갖게 됐다.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개선 활동은 앞으로 인류가 지향해야할 보편적인 인권을 수호하는 것이다. 만약 북한을 방치하거나 등한시하면 우리도 불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좌시할 수 없다.

-이사장으로 있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에서 북한전략포럼을 구상중인데 소개해 달라?

북한 문제를 체계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야 겠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연구가 추진됐지만 정부 여당의 필요성에 의한 것이 강했기 때문에 북한문제가 과장되거나 편향된 경향이 있었다. 이는 균형에 맞지 않는 것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잘못 이해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어떻게 보면 다수 국민들이 북한에 대해 무관심한 것도 정부의 대북정책 때문이다. 특히 햇볕정책 이후 우리 국민들이 북핵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여당의 대북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올바른 대북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전략포럼의 취지다. 주제와 연구방향을 설정하고 적절한 인력 풀을 형성할 것이다. 단순히 북한전문가들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관계에서 동북아 관계 등 국제적인 큰 틀에서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물들 중심으로 구성할 것이다. 예컨대 국제관계 및 외교 전문가뿐 아니라 정치, 사회 등 기타 일반 사회과학분야의 전문가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2∙13합의’로 미북간 관계가 급진전 되고 있는데 북한이 핵을 포기 할 것으로 보나?

2∙13합의는 영변 5M 원자로 불능화만 적시하고 있다. 기존의 핵무기에 대해서는 적시하지 않고 있다. 김정일은 그동안의 행태를 봐서 핵을 절대로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일각에서는 미북간 관계가 급진전 되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 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결국 김정일은 핵을 포기 하지 않을 것이며, 강경정책으로 선회해 다시 마찰이 생길 것이다. 또 다른 벼랑끝 협박을 할 것이다. 만약 미국이 좀더 원칙적인 입장을 보였더라면 김정일이 굴복했을 것이다. 그동안 북한의 행태를 봤을 때 원칙적인 입장을 끝까지 고수해야 북한이 변화된 태도를 보인다. 이런 것을 모르고 미국이 최근 잘못 판단한 것이다.

-미국이 유화적인 정책으로 선회한 이유가 뭔가?

익히 알려진 것처럼 부시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국내 상황은 지난 선거 이후 민주당의 압박을 받고 있고 국외적으로는 이라크와 이란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핵문제를 일단 봉합하려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부시 입장에서 생각하면 일단 강압 보다는 다시 한번 달래보는 정책을 써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번에도 북한이 말을 듣지 않을 경우 다른 강력한 수단을 취하기 위한 명분을 쌓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또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정책 선회와 이에 대한 보상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이외 미국은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끊어놓으려는 것과 남한을 더 이상 믿기 어렵다고 판단, 북한을 직접다루겠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포괄적으로 작용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선회했다고 본다.

-미북 관계정상화를 전망한다면?

미북 관계정상화는 힘들다고 본다. 아직 갈길이 멀다. ‘2∙13합의’와 미북 관계정상화 과정은 북한의 인권실현과 민주화를 위해 활동해온 NGO들에게는 실망스런 결과다. 그동안 북핵문제로 인해 북한 민주화와 인권문제가 뒷전으로 밀린 경향이 있었다. 미북 관계정상화로 인한 유화정책이 북한 인권문제 등에 대한 지적이 약화될 수 있다. 향후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상황이 이렇지만 미북 관계정상화는 북한 인권개선과 민주화가 되지 않고서는 힘들다고 본다. 크리스토퍼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27일 “북한의 인권이 개선되어야 관계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 하나의 방증이다.

-북한의 연착륙, 즉 개혁개방 가능성에 대해 말해 달라

‘2∙13합의’로 김정일이 숨을 돌리고 개혁개방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체제유지가 우선이고 지금까지 김정일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군부가 개혁개방을 반대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본다. 김정일은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시간만 끌다가 결국 체제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북한이 내부적 민주화와 인권개선, 개혁개방의 길로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불가능하다. 현재 어떤 형태로 북한이 나갈지 예측하기 힘들다. 예측해본다면 내부적인 민중봉기로 인한 변화와 가능성이 높은 군부 쿠데타가 있다. 북한의 급변사태 시 남한에 파장을 미칠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북한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남한까지 불안정해질 것이다. 북한전략포럼을 통해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준비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와 방향에 대해 말해 달라

대북정책을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것이 문제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정부 여당은 표를 의식해 대북정책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고 한다. 이용하려고 하면 할수록 대북정책은 그릇된 방향으로 간다. 최근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김정일을 정상회담에 끌어내기 위해 필요 이상의 양보를 하게 되고, 결국 북한에 끌려 다니게 된다. 남북이 평화체제라는 명분을 내세워 종전 선언이라도 하게되면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해 안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북정책의 기본 방향은 북한이 변하지 않는 이상 지원이나 대화는 없다는 것이다. 즉 북한 스스로의 변화를 보이면 이익이 있으며, 그럴때만 대화를 할 것이라는 상호주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북한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하기 위해 먼저 북한을 자극한 면이 있다. 이렇다 보니 끌려다닌 것이다. 또한 북한에게 더 얻어낼 수 있다는 신호를 준면도 있다. 북한이 오해하게 만든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북한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대화와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특히 햇볕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햇볕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다. 햇볕정책이 아니면 북한이 궁여지책으로 개혁개방을 선택했을 것이다. 김정일은 남한의 지원 등으로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개혁개방을 선택하지 않았고, 결국 햇볕정책이 개혁개방을 늦춘 것이나 다름없다. 햇볕정책이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몰아간 것이다. 현재 북한이 변화하기 어려운 경직된 체제가 되어 개혁개방의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 햇볕정책은 잘못된 것이며, 폐기해야 한다.

또한 햇볕정책이 국민들의 북핵 불감증을 유발시켰다. 정부의 잘못된 대북관에 기초한 햇볕정책이 국민들로 하여금 북한을 위협의 대상으로 보지 않게 됐다. 다수 국민들이 북한 문제에 무관심하고 북핵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햇볕정책의 결과다.

-중러문제 전문가로서 중국의 대외전략은 뭔가?

중국의 대외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사고방식을 알아야 한다. 소위 한족우월주의와 중화주의로 표명된다. 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 외부세계의 것들을 받아 들이지만 정신적인 것은 외부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예컨대 마르크스주의를 중국에 적용시킨 것이 모택통 사상이다. 또한 중국의 지도자들에게는 19세기 열강들에게 침략당한 상처가 남아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서 중국은 하나라는 중화주의가 강하며 대만의 독립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현실적 사고와 전략적 사고를 갖고 세력균형의 센스와 힘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두가지 전략을 갖고 있다. 중국이 현재 내세우고 있는 것은 주변국과의 평화로운 관계를 가져가는 것과 강대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패권주의는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북한이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북핵 실험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 바 있는 중국이 ‘2∙13합의’이후 북중관계가 진전되는 것도 이러한 것을 염두해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미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꺼리고 북한을 잡아두려는 것이다.

-러시아의 대외전략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러시아는 중국에 비해 동아시아에 관심이 적다. 전통적으로 러시아는 유럽중심 정책을 펼쳐왔다.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입장이 묘한 상태다. 북한이 소련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일정한 연민의 정을 갖고 있다. 북핵 실험 등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있지만 연민의 정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중국과 소련을 왔다 갔다 하면서 행한 등거리 외교에 대해서는 괘씸하게 생각한 측면이 있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에 동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향후 러시아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을 견제할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만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