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도 토론 가능…정체성 공격 아전인수”

지난 주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대북정책’ 기조를 두고 충돌을 빚은 가운데 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와 관련한 추가적 논란이 일지 않아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 든 양상이다.


하지만 손 대표의 ‘종북진보’ 발언은 당적을 옮긴 전력이 있는 손 대표에게 공격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고, 향후 야권연합 추진 등에서도 부각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논란의 불씨는 아직까지 살아 있다는 평가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일 손 대표가 방일 당시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회담에서 북한문제에 대해 ‘원칙 있는 대북 포용정책’을 강조한 것을 두고 ‘당 노선과 배치된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손 대표가 “원칙없는 포용정책은 종북(從北) 진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양측간 갈등이 촉발됐다.


주말 동안에는 ‘햇볕정책’ 적통성 문제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손 대표는 3일 자신의 싱크탱크 격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의 5주년 기념식 자리에서 “경기지사로 있을 때 한나라당 소속이었지만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북한에 가서 벼농사 시범사업 행사도 가졌다”며 햇볕정책 계승자로써의 이미지를 부각했다.


정 최고위원도 같은 날 당내 비주류연합체인 ‘민주희망 2012(민주희망)’ 출범식에서 “굶어 죽지 않을 권리, 치료받아 죽지 않을 권리 등 북한 동포들의 원초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식량, 비료 지원을 재개하는 것이 지난 10년간 포용 정책이 갔던 길”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 유력 대권후보자로 거론되는 두 사람의 이번 논쟁은 오는 12월 전당대회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또한 당 내 세(勢)가 상대적으로 약한 정 최고위원의 경우 ‘정체성’의 선명성을 부각시켜 민노당과 야권단일화시 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대북정책’의 선명성이 야권 대선 후보의 중요 평가지수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손 대표의 이번 발언에 대해 “종북은 반북세력이 평화세력을 공격할 때 쓰던 것으로 한나라당 대표 발언으로 착각할 만큼 귀를 의심케 한다”고 손 대표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민노당과 진보신당간의 통합논의에서도 논란이 됐던 ‘종북’ 문제가 민주당 내의 계파 갈등이나 야권 통합문제에서도 핵심 사안으로 부각될 수 있는 ‘휘발성’을 잠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손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당내에서 얼마든지 햇볕정책에 대해 토론을 할 수 있는데 정체성 문제로 이끌어 가는 것은 아전인수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햇볕정책이 대북정책의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지 효용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손 대표는) 당 대표이고, 대권후보로써 가능성이 높은데 정체성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은 다른 뜻이 있는 거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반면 ‘민주희망 2012’ 소속인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햇볕정책의 3대 원칙은 튼튼한 안보, 북한 도발 불용, 남북 화해협력을 통해 상생공영을 이룬다는 것”이라며 “원칙 중 하나라도 빠지면 햇볕정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원칙있는 포용정책은 당연한 말인데, 마치 (우리당에) 다른 햇볕정책이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며 “햇볕정책의 개념과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라며 손 대표를 비판했다.


그는 손 대표의 ‘북한 핵, 인권 문제를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 “북핵 문제는 6자회담, 인권문제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개선 노력해야 한다”면서 “(인권문제는) 내정문제이기 때문에 햇볕정책과 상관없고,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손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야권 연합과 통합 노력을 시작할 때가 왔다. 민주, 진보 진영의 모든 세력과 통합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을 선언한다”며 야권 통합 추진에 적극적 의지를 드러냈다.


야권 통합이 본격화되고 대선 주자 경쟁이 본 궤도에 오르면 대북정책과 FTA를 둘러싼 ‘선명성’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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