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권 부실합의에 인질화된 개성공단

북한이 현대아산 직원 A씨를 억류한 지 13일로 보름째다. 북한은 여전히 ‘조사 중’이라면서 접견 요청과 변호인 참관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도 기다리는 것 외에 ‘딱히’ 대책이 없다.

정부는 A씨의 신변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 상황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A씨에 대한 접견을 불허하고 있어 상황에 대한 팩트(fact)조차 확인이 안 된다. 때문에 사태가 장기화될 소지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다각적인 대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접견권과 변호인 참관 등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하지 않는 북한의 조치는 남북합의서와 국제관례를 위반하는 매우 부당한 것”이라면서 “피조사자의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하지 않는 비인도적인 처사”라며 재차 접견권 등의 보장을 촉구했다.

정부는 ‘개성공단의 안정적 운영’ 원칙에 따라 미사일 등 정치적 이슈와 분리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A씨 문제에 대해 ‘해당 기업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북측에 요구해야 한다’며 경협 차원의 우선 해결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대아산 조건식 사장은 매일 방북해 문제 해결에 분주한 모습이다.

조사과정에선 현대아산이 주도하고 이후 조사결과에 따라 북한이 추방 이상의 조치를 취하려 할 경우 정부 당국이 나서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조사 과정에서 북한이 접견 등을 불허하고 있지만, 당국 간 대화가 차단돼 강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조사를 마친 후 추방 이상의 조치를 취하려 할 경우 ‘남북이 별도로 합의하는 엄중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쌍방이 합의해 처리한다’는 합의서 제10조 2항의 규정에 따라 남북 당국간 대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엄중한 위반행위’의 판단권을 전적으로 북한이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합의서엔 ‘엄중한 위반행위’의 내용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 A씨가 ‘인원은 지구(개성공업지구)에 적용되는 법질서를 존중하고 준수한다’고 규정한 합의서 2조 조문에 따라 조사받고 있을 경우다. 이는 개성공단 내 우리 국민도 북한법을 존중하고 지킬 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북한의 주장대로 A씨가 실제로 북한 여직원에게 탈북을 종용했다고 가정할 경우 북한법에는 ‘간첩죄’ 등 중대 사안일 수 있다. 만약에 북한이 A씨의 신병을 계속 억류하고 남북간 합의에서 국가 안보적 사안이므로 독자적으로 처벌하겠다고 나오면 우리측 대응도 사실 난감해진다. 남북이 합의가 안된 상태로 억류상태만 장기화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북간 합의서에는 이런 행위에 대해 북한의 사법절차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한 명시적 보장이 없다.

한 마디로 북한이 몽니를 부릴 경우 A씨 사건은 장기화 될 소지가 다분하다. 또 북한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A씨 사건을 두고 북한이 로켓발사 정국에 이용하기 위한 ‘대남카드’화 하고 있다는 시각도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 A씨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다.

때문에 정부가 사실관계 확인에 주력하면서 장기적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가깝게는 ‘키 리졸브’ 훈련 당시 개성공단 육로통행을 일방적으로 차단·해제를 반복해 우리 국민을 ‘인질화’했고, 지난해 7월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한 박모씨의 경우에도 사과 한마디 없다. 그러나 남북간 합의서는 이를 강제할 규정이 없다.

결국 지난 10년 햇볕정권이 성과에 집착해 국민의 안전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은 결과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이 사실 남북간 의견 차이나 대결 정국에서 안전을 보장할 법적 장치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다.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북측은 언제든지 우리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셈이다.

‘햇볕정권’이 북한이라는 키워드 이용에 급급해 후과를 고려하지 못하면서 현 시점 국민의 신변을 북한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일단 억류된 A씨의 신변안전과 무사 귀환에 모든 노력을 강구하면서 이후 북한의 이 같은 비인도적 처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국민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자의적 구금을 절대 금지하도록 합의서를 개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만에 하나의 사태에 대비해 개성공단 직원의 신변 확보 방안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과거 정부 과오에 현재 정권은 발만 동동 구르며 북한의 ‘선처’만 바라보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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