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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가정체성과 대북정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남남통합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보수진영 참석자들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민족끼리’의 허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광동 나라정책원장은 “대한민국의 국가정체성 논의에는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가 포함된다”면서 “북한체제에 동조하면 마치 ‘민족·통일주의자’ 같이 생각되는 반면, 김정일 독재체제에 반대하는 사람은 ‘반민족주의자’라는 인식을 깨야한다”고 강조했다.
‘민족’ ‘통일’이라는 미명 하에 김정일 독재체제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남북관계의 현실을 제대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반대로 “보수세력은 일종의 반북주의적 정체성에 지나치게 사로잡혀있다”면서 “강력한 반북대결주의와 한미연맹주의에서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북한위협론과 같은 공세적 통일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옥임 선문대 교수는 “보수세력이 자꾸 반북주의로 불리는 이유는 7∼80년대 기득권을 가졌던 세력이라는 원죄가 있기 때문”이라며 “전체가 다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대표적인 논객들이 서로의 인식차를 좁힌다는 취지로 뉴라이트전국연합과 자유민주연구학회가 공동 주최해 열렸다.
제성호 자유민주연구학회장(중앙대 교수)의 사회로 진보진영의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조국 서울대 교수·김귀옥 한성대 교수·이승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집행위원장이, 보수진영의 강경근 숭실대 교수·김광동 나라정책원장·유호열 고려대 교수·정옥임 선문대 교수가 참석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토론자들은 햇볕정책에 대한 평과와 대북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큰 이견을 보였다.
이승환 민화협 집행위원장은 “북한과의 대결지상주의 방식으로 현실적으로 국가연합을 통한 통일이 가능하느냐”면서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미동맹을 발전시키는 방안을 찾지 않으면 국제적 미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간단히 말하면 햇볕정책은 돈으로 평화를 사는 것”이라며 “우리 경제력으로 평화를 사고 그 기간동안 국력이 높아지고 정치적으로나 다른 면에서 우위가 강화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또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 “남북관계가 긴장될 때 북한 주민의 인권이 더 억압된다”면서 “햇볕정책을 통해 북한 체제 내부와의 접촉이 넓어질 때 인권문제 해결이 더 가능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돈을 주고 평화를 사려거든 제대로 된 걸(평화) 사야한다”며 햇볕정책이 산 평화는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햇볕정책이 남북관계의 제대로 된 변화를 가져온 게 아니고,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만을 줬을 뿐”이라는 말이다.
정옥임 교수도 “돈을 주고서라도 평화를 샀는데 왜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가중되고 있느냐”면서 “북한은 오히려 햇볕정책을 역이용하겠다고 나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김정일, 동네 깡패를 데리고 햇볕정책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돈을 주고 평화를 사는 문제를 떠나 국가의 정체성, 품격을 훼손시키면서 햇볕정책을 해야하는가”라고 되물었다.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거친 논박이 오고갔다.
유호열 교수는 “정상회담에서의 가장 중요한 의제로 북핵문제가 포함돼야 한다”면서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핵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특히 “지난 2000년 1차 정상회담이 열린지 불과 2년만에 핵무기 제조 사실을 밝히고 이후 핵실험을 실시한 것 등에 대해 김정일 위원장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국 교수는 “그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김정일에게 사과 받을 수 있는 문제인가”라면서 “결국 정상회담을 하지 말자는 말과도 같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정옥임 교수는 “이번 정상회서 어떤 이야기가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선언 자체에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실천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