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집착 김정은 자멸 유도할 정보·외교·군사戰 추진해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5차 핵실험에 나서면서, ‘가장 강력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사실상 김정은의 셈법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 변화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는 등 국제사회 공조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지만, 핵무기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김정은의 구상을 깨뜨리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 2270호를 필두로 한 대북 압박 공조는 김정은의 통치 자금 유입을 전면 차단하는 데 중점을 뒀다. 경제적 고립이 심화되면 김정은 역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핵 개발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던 것. 하지만 김정은은 상납 강요를 이어가며 악착같이 ‘핵 자금’을 모았고, 그 결과 주요국 정상들이 ‘북핵불용’ 원칙을 재확인한 시기에 보란 듯이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에 따라 경제 제재를 중심으로 한 대북 압박에서 나아가 북한의 체제 균열을 촉진할 공세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핵실험은 곧 자멸’이라는 국제사회의 경고가 김정은에게 실질적인 위협이 되려면, 김정은을 국제사회만이 아닌 북한 내부에서조차 고립시켜 더 이상 정권 유지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체제 균열 핵심은 北주민 포섭…‘핵 집착 독재자’ 실체 알려야” 


북한의 체제 균열을 이끌 가장 직접적인 전략으로는 ‘정보전(戰)’이 꼽힌다. 북한 주민들에게 ‘수령 독재’ 체제의 실상을 알리고 외부 세계의 동향을 전함으로써 의식 변화를 유도, 궁극적으로 김정은에 대한 반발을 이끌어낸다는 구상이다. 특히 최근 발생하는 일련의 ‘탈북 러시’를 계기로 북한 주민들과 엘리트들을 김정은으로부터 분리시키는 데 주력해 체제 균열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전략연구실장은 11일 데일리NK에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체제 변화), 나아가 북한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도록 대북 정보 유입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대북방송부터 삐라 살포, USB 유입, 한류 확산 등 능동적이고 포괄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도 북한에 정보 폭탄을 떨어뜨리겠다고 선언한 만큼 한국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 간부 출신이었던 송봉선 고려대 교수도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유도할 ‘무제한 심리전’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 정권으로부터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레짐 체인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적극 알려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8월 북한이 DMZ 목함지뢰 도발에 이어 4차 핵실험을 강행했을 당시 최전방 대북확성기 방송을 송출하며 심리전에 나선 바 있지만,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보 유입 방안은 내놓은 적이 없다. 때마침 미 국무부가 지난 주 대북정보유입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것과 가운데, 외교부는 8일 대북 정보 유입과 관련해 미국과 긴밀히 공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번 핵실험에 대응해 마련될 추가 대북 압박 조치에 정보 유입 방안이 삽입될 지 주목된다.


“中이 김정은 아닌 北주민 선택하도록 유도해야”


대북 ‘정보전’과 함께 주변국을 상대로 한 ‘외교전’도 치밀하게 펼쳐 대북 압박의 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이 대북 결의 2270호의 완전한 이행을 약속한 상태지만, 일부 조항의 모호성과 북한과의 특수 관계 등으로 인해 특정 국가들이 제재 수위를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한다는 우려에서다.


여기서 관건은 중국이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 이후 대북 원유 공급을 늘리는 등 제재 수위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듯 한 인상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안보리 결의 2270호가 예외 조항으로 두고 있는 ‘민생 분야’를 빌미로 북중 무역이 활발해지는 움직임도 감지되는 상황. 이에 따라 자칫 북한에 오판의 여지를 주지 않도록 중국의 모호한 대북 스탠스(자세)를 압박 기조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송 교수는 “한국과 미국, 일본이 고강도 대북 공조를 하고는 있지만, 정작 북한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국이 북한을 완전히 압박하려 들지 않으니 국제 공조 효과도 여러모로 반감되는 게 사실”이라면서 “중국이 대북 압박에 소홀한 동안 북한은 제 갈 길을 갈 것이라는 것, 그 결과 북한 비핵화 가능성은 더욱 멀어질 것임을 중국에 지속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실장도 “지금의 대북 제재는 북한에게 민생 대외 교류를 허용하고 있는데, 북한이 이를 악용해 통치 자금을 벌어들일 가능성을 늘 예의주시해야 한다”면서 “민생에 해당하는 품목이나 행위를 보다 명확히 해서 무역 제재를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군 출신 고위 탈북민은 “중국이 대북 원유 공급를 완전히 중단하면 북한의 당군정(黨軍政) 모든 기관이 마비되는 사태가 초래될 것이다. 비축해놓은 원유가 있다고 해도 3개월도 채 못 가 바닥날 것”이라면서 “북한 체제 마비는 전적으로 중국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에 북한 비핵화 책임을 당당히 촉구해도 되는 이유”라고 피력했다.


이번 핵실험 이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채택된 안보리 결의 2270호 중 일부 루프홀(loophole)을 메꾸는 작업을 통해 북한이 고통스러워할 추가적인 조치를 신속히 강구해 나갈 것”이라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270호를 보완하는 추가적인 조치를 포함하는 등 더 강력한 결의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다만 중국에게 무작정 ‘북한 포기’를 종용하기 보다는, 북한 주민들을 품고 핵 집착을 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만 버리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박사는 “중국이 결코 북한을 버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적어도 ‘김정은 정권’을 버리는 경우까지는 우리가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국이 소위 ‘대국’을 꿈꾼다면 김정은을 버리고 북한 주민들의 편에 서는 게 양심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더 맞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이 나서서 중국이 북한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데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중국이 한미동맹에 대한 견제 때문에 애꿎은 대북 제재서 불협화음을 내지 않도록 압박과 협력 의사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北 ‘직접 타격’ 압박가능 전략 자산 필요…김정은 참수 작전도 지속해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갈수록 고도화해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방어 수단은 물론 유사시 활용할 무력 수단까지 마련해놓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실제 북한을 선제타격할 의도가 아니더라도, 핵개발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김정은이 자칫 무모한 도발을 강행할 것을 감안해 전방위적인 억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영우 아산정책연구원 고문은 최근 열린 ‘아산긴급대담’에서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예방적 자위권에 기초한 거부적 억제정책(deterrence by denial)에 자산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운반 수단을 제거할 수 있는 재래식 첨단 정밀 자산을 한반도에 대거 전진 배치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실장도 “한미 군사력 증강을 통한 핵 대응 능력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각에서 주장하는 핵 추진 잠수함 배치 구상도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다”고 피력했다.


송 교수도 “아직도 사드 배치를 놓고 국론 분열이 일어나는데 김정은의 이런 행보를 보고도 그런 주장이 가능한지 의문”이라면서 “중국은 사드는 물론 우리가 전술핵을 들여온다고 해도 사실 할 말이 없다. 북한의 핵무기 증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안보 대책을 지금처럼 피동적으로만 세워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 참수 작전도 공공연히 추진해 지금과 같은 막무가내 도발을 일삼지 못하도록 억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우리 군 당국은 유사시 정예 특수작전부대를 운용해 ‘김정은 제거’에 나서겠다면서 초강경 대응책인 ‘3축 타격 체계’까지 내놓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제1축인 킬체인(Kill Chain)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 관련 시설을 선제타격하며, 제2축인 KAMD(Korea air and missile defense)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상공서 첨단 대(對)탄도탄미사일로 요격하게 된다. 제3축인 KMPR(Korea Massive Punishment &Retaliation)은 김정은을 비롯한 지휘부를 직접 겨냥해 응징, 보복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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