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7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고체연료 신형 엔진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같은 날 미사일 관리 부대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핵무기 보유 중요성을 강조한 군사 영화 시청을 강요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북한 군 내부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지난 7일 오후 2시경 (당국이) 로케트 관리대 지휘관들에게 ‘카슈미르 작전’이라는 제목의 군사 기록 영화를 보게 했다”면서 “지휘관들에게 핵 전쟁 실전 가능성과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소식통이 전한 해당 ‘로케트 관리대’는 중거리 미사일을 관리하는 부대로 평안남도 증산군에 있다.
또한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 세 나라의 경계에 위치한 산악 지대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분리 독립한 이후 이 지역을 두고 총 3차례(1947, 1965, 1971년) 전쟁을 치렀다. 이후 핵 개발 경쟁으로 이어졌고 인도는 1974년 핵보유국이, 파키스탄은 1998년 핵실험을 통해 비공인 핵보유국이 됐다.
앞서 3차례의 전쟁에서 인도는 우세한 군사력을 활용, 파키스탄을 일방적으로 굴복시켰다. 그러나 양국이 각각 핵실험을 성공한 이후 발발한 1999년 카길(kargil) 전투에서 인도는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의식, 대규모 침공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북한이 상영한 군사 기록 영화 ‘카슈미르 작전’도 유사한 내용을 담았다. 핵무기를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핵을 보유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재래식 전쟁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 ‘만약 미제(미국)의 전략 자산이 조선반도(한반도)에 더 이상 전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면전이 일어난다면 핵으로 무장한 우리에게 핵없는 남조선(한국) 괴뢰군은 종이범(虎)인 것’이라는 해설이 나왔다”고 전했다.
미군의 군사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으면 무기 사용을 자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메시지다. 또한 북한 당국의 핵보유 의지를 군관들에게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읽혀진다.
그러나 북한도 미국의 전략 자산의 한반도 배치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북한군이 핵무력 외에 재래식 무기 증강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군인들에게 핵무력 위력을 강조하고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한 의도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군이 아니라 우리 군을 주적으로 상정하며 ‘핵 없는 남조선 괴뢰군은 종이범’이라고 밝힌 것은 해당 ‘로케트 관리대’가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으로 둘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관리하는 부대라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소식통은 “이 같은 교육 영화 상영은 정치선전부에서 계획에 따라 동급 부대에 동시 하달되기 때문에 이 부대 외에 다른 미사일 관리대에도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카슈미르 작전’을 보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