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7차 당대회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이를 뒷받침하는 북한의 발표가 나왔다. 북한은 16일 발표한 ‘정부․정당․단체 공동성명’에서 김정은이 7차 당대회에서 “주체적인 통일노선과 방침”을 제시했다며 “새롭게 제시된 조국통일노선에 공감하고 절대적으로 지지해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7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지금 절박한 문제는 남북관계의 근본 개선”이며, “여러 분야에서 각이한 급의 대화와 협상을 적극 발전시켜 조국통일과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출로를 함께 열어나가야 한다”며 연방제 통일방안 등을 반복한 것을 이른 것이다.
북한은 그러나 사업총화 보고에서도 그랬듯이 이번 공동성명에서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건드리지 말라고 단언했다. “공화국(북한)의 위상과 역할은 근본적으로 달라졌으며 핵보유국 지위는 누가 인정하든 안하든 확고부동하다”며 비핵화와 관련해 대화할 뜻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민족내부문제인 통일문제를 여기저기 들고 다니며 수치스러운 외세공조놀음에 매달리는 것은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팔아먹는 매국·배족적인 반(反)통일행위”라고 주장해 우리 정부의 대북압박 국제공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북, ‘대화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 흘려
다분히 선전전의 측면이 강해보이지만, 그 속에 우리 정부가 대화의 통로를 연다면 호응할 수 있다는 뉘앙스도 북한은 완만하게 표현했다. “남조선 당국이 진정으로 자주정신이 맥박 치는 민족대단결의 좋은 방도를 내놓는다면 우리(북한)는 그것도 함께 추진시켜나갈 용의가 있다”며, “과거를 불문하고 남조선 당국에 선의와 아량의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주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북한은 또 “핵보유와 북남관계는 사실상 아무런 연관도 없다”고 밝혀, 우리 정부가 핵 이외의 문제로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한다면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도 흘려놓았다.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의도가 있다면 7차 당대회를 계기로 북한도 일정 부분 변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취지를 내비친 것이다. 7차 당대회라는 대형 정치적 이벤트를 국면전환의 계기로 활용해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이런 입장 표명의 저변에는 남북대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느슨하게 해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북, 조만간 대화 제의해올 수도
북한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온다면, 조만간 남북대화 제의가 있을 수도 있어 보인다. 김정은이 민족의 미래를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렸다며 남북 간의 적대관계를 허물고 대화를 하자는 제안을 해 올 수도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의제로 제시할 수도 있어 보인다. 물론, 이 모든 것의 전제는 북한의 핵보유는 건드리지 말라는 것일 것이다. 우리 정부가 거부한다 해도 자신들은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으니 나쁠 것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핵보유를 전제로 하는 이런 평화공세가 우리 정부에 의해 수긍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개성공단 폐쇄를 불사한 박근혜 정부가 비핵화 진전 없는 북한의 대화 제의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올 하반기에도 남북관계가 진전의 실마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