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북한학계를 지배해 왔던 대표적인 연구주제는 단연 북한의 ‘변화와 지속’에 관한 것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철권 통치의 유지, 그 정점에 있는 1인이 전 인민의 의식과 생활을 지배하는 체제가 상식적으로 지속될 수 있느냐라는 회의감은 단지 학술적인 지적 호기심 차원을 넘는다. 그럼에도 연구자들이 끊임없이 찾고자 했던 변화의 단초들은 강력한 체제 지속성에 언제나 무너져 내려왔다.
7차 당 대회는 그야말로 지난 60년 간 북한을 관통해 왔던 김일성 이념이 완벽히 현재진행형이란사실을 전세계에 확인해준 뻔한 이벤트에 불과했다. 인물은 3대를 거쳤어도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그들의 발표문이 웅변하고 있다. 핵무기의 현재성만이 추가됐을 뿐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대화와 협상, 통일방안,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 복귀 여지 등 모든 레퍼토리는 조금도 새롭지않다. 실은 처음부터 바뀔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이해하는 편이 맞는 해설같다. 물론, ‘문자’ 그대로 북한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될 것으로 믿을 절대적인 이유는 없다. 시장제도를 공인하지 않지만 이미 시장이 현실 공간에서 존재하고 인민 생활 속에서 기능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그것을 변화의 증거라고 삼아 북한체제의 전환을 전망한다면 패착으로 이어질 뿐이다.
심지어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임도 공식화했다. ‘핵 무력의 질량적 강화’란 다름아닌 수직적 핵 확산의 북한식 표현일 따름이다. 4색화음으로 조화롭게 울려 퍼지는 절제된 김정은 찬가를 직접 들어보시라. 듣는 사람을 전율케 한다. 절망과 공포의 전율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7차 당대회 만으로도 북한이 향후 대외관계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점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남북 협상이든, 정전체제의 평화협정에로의 이행 협상이든, 핵 협상이든 미국과 한국이 갖고 있는 리스트에는 무엇이 담겼을지 빤히 보임에 반해 북한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여럿이다. 그렇게 지난 30년 간 핵 협상을 이끌어 왔다. NPT 복귀,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 사찰, 그것을 담보로 한 보상 등 조금도 새로울 것 없는 지루한 협상의 시작과 반복이 잠복해 있다.
그 방향은 핵을 빌미로 한 군사 회담, 평화체제로의 이행 협상으로 분위기를 이끌 것이다. 미군철수, 한반도 비핵화,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온갖 사회문화 협상 제안은 양념이다. 이 모든 남북 간 협상의 핵심은 무엇일까? 요는 북한의 리더십과 인민생활 간 괴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이냐는 인식론적 문제와 다시 정면에서 맞닥뜨려야 한다는 진실이다.
북한의 요구대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출발점”에서 시작된 그 어떤 협상이나 약속도 끝까지 지켜진 것은 없다. 김정은이 그리도 강조한 ‘통일’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통일’이 맞는 것인지 먼저 확인돼야 한다. 이것을 피하는 한 모든 회담, 특히나 평화협정으로 나아가겠다는 협상이나 그 어떤 시도도 결국엔 북한의 기만과 선전선동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이게 남북협상이 안고 있는 딜레마의 정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