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 진전 실무그룹에 달려…잘 굴러갈 보장 없다”

▲왼쪽부터 전현준 연구원, 유호열·김성한·우승지 교수

13일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초기조치 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향후 북한이 영변5MW원자로 폐쇄를 넘어 본격적인 핵폐기 과정에 진입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북한은 9.19공동성명을 발표하고도 미국의 금융제재를 문제삼아 17개월 동안 6자회담에 나오지 않았다.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도 일방적으로 파기시킨 경험이 있어 이번 합의에 대한 북한의 이행 의지를 의심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번 합의가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보다 ‘급한 불 끄는데 역점을 둔’ 봉합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이 핵 포기 의지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는 점도 불안요인 중의 하나이다.

일단 북한이 ‘핵 시설 폐쇄-핵프로그램 신고-불능화(disablement)’라는 초기단계를 완수할 것인지부터 지켜볼 대목이다. 합의문은 핵폐쇄 이후 ‘불능화’ 조치가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를 담고 있지 않고 있어 북한에게 적절한 시점에 빠져나갈 구멍을 제공하고 있다.

◆초기단계 이행은 ‘낙관’=일단 전문가들은 북한이 60일 내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후 실무그룹(working group)회의를 거쳐 불능화에 이르기까지는 북한의 태도에 따라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합의에 따라 동시행동 원칙에 입각해 대응할 것으로 본다”며 “60일내 (영변 핵시설을)폐쇄하도록 돼 있어 그 기간을 활용해 행동에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능화단계부터)실무그룹회의를 통해 구체적 합의를 내오는 과정은 아주 복잡해질 것”이라며 “북핵 폐기의 구체적 합의와 실천을 요구하는 하는 실무회담이 잘 굴러가리란 보장은 없다”고 전망했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실무그룹이 잘 돌아가야 북한 핵폐기로 갈 수 있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며 “실무그룹회의는 가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고 말했다.

◆영변원자로 폐쇄 이후 실무회의 난항=유호열 고려대 교수도 “미국이 신축적 접근을 하고 있어 북한은 일단 얻을 것을 얻겠다는 입장”이라며 “단계에 따라 (북한의 이익에 맞는 경우)합의내용을 이행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영변 핵시설 폐쇄 후 중유 5만t을 제공받은 이후가 문제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후 이행사항에 대해서는 실무그룹회의에 달려있다”면서 “북한은 에너지 문제 뿐 아니라 평화협정 등을 맞물려 요구할 수도 있다”며 난항을 예상했다.

그는 “북한은 차기 미국 대선 이후 구성되는 새 정부와 협상을 하려 해 협상을 오랫동안 지속할(끌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놨다.

이어 “북한의 최대 관건은 ‘체제유지’와 ‘경제지원’인데 이번 합의로 경제 문제는 상당히 해결됐고, (미국 대선 등으로)체제유지에 있어서도 (안정을)확보하고 있어, 북한은 당분간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북한이 회담에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경우 이에 불참하는 등 돌변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한 대선에 자신들에게 유리한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평화국면을 조성할 수 있다는 암시다.

김 교수는 “영변 핵시설 폐쇄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남한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로 한 상태라고 간주한다면 ‘핵프로그램 신고’까지는 협조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느냐”고 전제했다.

“다음 단계(검증 및 불능화)에서 유보적 태도를 보이더라도 (남한 정치상황을 고려해)‘신고’하는 데까지는 순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핵 프로그램 신고’부터는 이후 단계의 논의 여부에 달려있다”면서 “북한이 여기에 얼마나 협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북 핵포기 의지 확인 안돼=전문가들은 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핵을 폐기하려는 북한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3일 6자회담 결과를 보도하면서 중유 100만t 지원 대가로 핵시설 ‘불능화’ 대신 핵시설 ‘가동 임시중지’라고 합의문과는 다른 소리를 한 점도 주목된다.

유 교수는 “이번 6자회담에서 ‘합의’를 이루긴 했지만 일단 얻을 것 얻겠다는 입장에서였다”며 “핵폐기 의지 없는 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우승지 경희대 교수도 “북한 언론을 봐도 알 수 있듯 북한이 정말 핵시설을 폐기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우 교수는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을 볼 때, 이번 합의는 ‘제네바 합의’ 보다 진전된 결과”라면서도 “북한의 마음이 변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기존 핵물질에 대한 언급이 없어 내용 자체가 완벽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전 선임연구위원은 “이제 북한 핵폐기는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며 “미국이 제대로 된 조건을 충족시켜준다면 북한은 핵 폐기 과정에 들어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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